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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Mar 19. 2023

벳푸에서 다시 비 내리는 후쿠오카로

후쿠오카에서 2박 3일로 여행 마무리

벳푸에서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길, 후쿠오카에 가까워지자 일기예보대로 창밖엔 비가 내린다. 스치는 시골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빗길 안전 운전을 했는지 차는 예상 시각보다 20분 늦게 텐진에 도착했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호텔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한 정거장 거리다. 도보로는 6분 거리. 버스 기다리고 내려서 걷는 시간보다 그냥 걸어서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각자 가방에 챙겨간 1회용 비옷을 입고 걸어서 도착한 호텔. 무인 호텔이라 입구에 준비해 둔 작은 상자에 4인이 이틀 머무는 숙박세 1,600엔을 넣고 비밀 번호를 핸드폰으로 전송받아 객실로 들어갔다. 네 가족이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용도에 따라 분리된 구조, 청결함, 전날 이용한 료칸보다 더 큰 욕조가 있고 온천수까지 나온다. 무인이라 불편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게 만족스러워 다음에 다시 이용하고 싶은 곳이었다.


비요일의 후쿠오카 텐진

비도 내리고 쉴 곳으로 들어온 편안함에 저녁 먹으러 또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먼저 씻고 쉬게 하고 남편과 둘이서 저녁 먹거리 찾아 거리로 나섰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골고루 사서 한 시간 만에 돌아왔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도시락 정도 사 올 줄 알았는데 푸짐한 저녁 만찬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한다.


호텔인데 분리된 공간에 간단한 식기류며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되어 있어 불편함 없이 즐겼다. 연박으로 다음날 숙소를 옮기지 않아도 되니 내 집인 양 편안하다. 쾌속 열차를 탄 듯 어느 사이 4박 5일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후쿠오카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날이다.


다음날 아침 우리 부부는 평소 습관대로 새벽에 일어났다. 같은 공간에 아이들 침대가 나란히 있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눈 뜨고 침대에 누워 언제 일어날지 모를 아이들을 기다릴 수는 없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큰길이 아닌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연 식료품 가게도 있고 이런저런 간판을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지붕 위로 올라간 길냥이들도 구경하며 골목길 탐방의 즐거움을 누렸다.


골목을 벗어나니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줄기가 나타났다. 바로 옆으로 텐진 중앙공원이 있다. 공원 내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건물 외벽이 60미터 높이의 정상까지 계단식 정원으로 조성돼 다. 정상에 오르면 후쿠오카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계단식 정원 따라 위로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개방시간이 오전 9시부터다. 정상 전망대는 주말에만 개방하고 평일에는 정상 바로 아래층까지 올라볼 수 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니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다시 와보기로 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건물 외벽을 정원으로 꾸민 텐진 중앙 공원

공원 건너에 긴 줄을 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게다가 바람도 불고 전날 내린 비로 아침 기온이 꽤나 쌀쌀했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줄인지 궁금해서 가보았다. 맨 앞줄로 가보니 식당 간판이 보인다. 식당 이름을 검색해 보니 명란덮밥 맛집이다. 더러 여행 트렁크를 끌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대부분 일본인들인걸 보면 진정 현지인 맛집인가 보다. 뒷줄에 서 있는 사람은 족히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른 아침부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렇게 줄을 서서 먹고 싶은 걸까. 놀랍기만 하다.  


시내를 흐르는 강물 위로 아침 햇살이 솟아오르고 차가운 강바람이 낯선 거리에 서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저 강줄기 따라 조금만 더 걷다 보면 바다를 만날 것 같았다. 마음은 바다로 향했지만 혹시 아이들이 일어났을까 싶어 호텔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객실을 따로 사용했어야 했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하나 더 준비해 오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이 예전에는 핸드폰 없이도 길을 나섰다. 해외에 나가서도 길가는 사람한테 물어가며 여행지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핸드폰 길 안내에 의지하지 않고는 길 찾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요즘은 지나는 사람한테 물어보아도 예전처럼 길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낯선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것도 쉽지 않다. 기계 문명에 빠진 인간의 뇌는 점점 퇴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행 마지막 날을 보내는 날이다. 느지막하게 나서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스미요시 신사 한 곳을 다녀오니 점심 먹을 시간이다.

후쿠오카 스미요시 신사

아이들이 찾아간 식당은 마침 내가 가보고 싶었던 야나기바시 시장 내에 있었다. 가려고 했던 식당은 웨이팅 시간이 길어 건너편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갔다. 생선가게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 싱싱한 횟감을 사용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카이센동을 맛있게 먹고 포장 판매하는 해삼과 장어 튀김도 저녁 맥주 안주로 구매했다. 오뎅 판매하는 곳에서 다양한 맛의 어묵도 사서 숙소 냉장고에 넣어놓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섰다.

야나기바시 시장 내에 있는 식당과 오뎅집

아침에 찾았던 중앙공원을 아이들과 다시 찾았다.  생각보다 꽤 많은 계단을 걸어 올랐다. 전망대까지가 60미터 높이라 하는데 후쿠오카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만큼의 높이는 아니었다. 건물자체가 숲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성처럼 보인다. 독특해 보였던 건물의 내면을 접해 보았다에 의미를 두었다. 텐진 지하상가, 문구센터, 첫날 찾았던 캐널시티를 다시 찾았다. 그렇게 하루해가 기울고 저녁은 철판구이집에서 맛있게 먹었다.


돌아오는 길 빵집이 보였다. 명란 바게트가 맛있는 가게란다. 명란을 이용한 먹거리가 참으로 다양하다. 일본인들은 명란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저녁을 먹은 직후였고 아침에 먹자며 샀지만 갓 구워낸 빵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 조각씩 맛보았다.


이날 일정 중 중앙공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아이들한테 맡기고 그냥 따라다녔다. 위 일정 모두 버스 한 번 타지 않고 숙소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점심과 저녁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잔 하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속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시간이 흐르고 이번 여행을 뒤돌아보면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했던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제 여행은 함께하지 않겠다였다. 여행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서로가 호흡이 달랐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음은 당연한 결과다.


사람마다 또 연령대에 따라 성향은 다 다르겠지만 중년 여자들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 제일 즐겁단다. 그다음은 그래도 부부가 낫고 자식과의 여행은 가지 않는 게 좋단다.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랜드베이스 후쿠오카 텐진

3 Chome-6-2 Watanabedori, Chuo Ward, Fukuoka, 810-0004 일본


야나기바시 시장

1 Chome-5 Haruyoshi, Chuo Ward, Fukuoka, 810-000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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