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무딘 일상이 되어버린 쉼

by 바람의 영혼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준비 글을 달랑 올리고 어느 사이 해가 바뀌었다. 세상 여유롭게 자유를 누리다 보니 이래도 되나 싶게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봐야 할 곳들, 아니 가보고 싶었던 곳들은 오히려 여행을 준비하며 랜선으로 더 많이 다녀온 게 아닌가 싶다. 막상 여기 와보니 숙소 위치도 올드타운에 잡은 게 너무 잘한 일이라 생각됐다. 굳이 멀리 여기저기 찾아다녀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끔 내키면 썽태우나 밴을 이용해 멀지 않은 외곽으로 다녀온다.

치앙마이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빨간 썽태우

걸어 다니며 만나는 골목길 풍경, 고개만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사원들, 비 한번 내리지 않고 연신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온화한 기후, 유순한 사람들, 풍부한 먹거리, 길을 걷다 보면 절로 만나지는 축제, 수많은 재래시장, 새벽 시장, 야시장, 찡짜이 마켓, 선데이 마켓 등 굳이 찾아 나서지 않아도 올드타운과 그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보면 절로 마주하게 된다.


화려하고 웅장한 사원들이 수없이 많은 치앙마이
프라이 데이 마켓 야시장
규모가 가장 큰 선데이마켓 야시장
라탄 거리 상점
와로롯 시장
주말에 열리는 찡짜이 마켓
구킹클레스를 위한 재래시장 장보기

어둠이 채 걷히기 전에 맨발로 탁발에 나서는 스님,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도 탁발에 나선 스님들을 부처님 대하듯 경건하게 공양하는 순수한 사람들을 만난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조용한 골목길을 거닐고, 이른 아침 사원을 방문한다. 경내의 고요함 속에 울리는 청아한 풍경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종교를 떠나 나를 온전히 비워내는 편안함으로 이끈다.

맨발로 탁발에 나선 스님과 공양으로 공덕을 쌓는 치앙마이 사람들

마사지숍, 식당, 카페, 여행 안내소, 작은 규모의 재래시장, 라운드리숍, 오토바이 렌트, 호텔, 게스트 하우스 등 수많은 상점과 숙소,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골목마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흘러가는 도시.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올드타운

나는 이곳에서 시간의 흐름에 무디어졌다. 머무는 공간은 외출 후 돌아오면 룸 서비스로 다시 깔끔하게 리셋돼 있다. 장기 숙박이라고 콘도를 빌리지 않고 호텔을 선택한 것도 잘한 일이다. 숙소로 돌아와 내가 할 일은 망고, 오렌지, 아보카도, 토마토, 바나나, 사과 등 가까운 새벽 시장에서 사 온 과일들과 간식거리로 냉장고를 가득 채우면 된다. 전부터 자주 드나들던 사람들은 환율이 올라 모든 게 비싸졌다지만, 치앙마이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은 재래시장에 나가 과일이며 먹거리들을 구매해 보면 안다. 깔끔하고 고급 식당 찾아다니면 물가가 싸지 않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다.

풍부한 열대 과일

나는 어딜 여행하든 가능하면 호텔 예약 시 조식을 포함한다. 식당에서 먹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골라 먹게 되지만 호텔 조식은 과일을 포함해 그 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다.


조식으로 한 끼를 든든하게 먹으니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 않아도 된다. 식당 찾아다니기도 귀찮으면 새벽 시장에서 사 온 스티키 라이스(찹쌀밥)와 과일과 요구르트로 식사를 한다.

태국 대표 음식 카오소이

전에 살았던 도시의 삶은 뭔가 하지 않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여행지라면 한 곳이라도 더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더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성인이 된 후로 내가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살아본 적 있었던가. 낯선 곳으로 이사해 하루하루 새롭게 적응해 가는 일상처럼 보내는 시간, 이 또한 새로운 여행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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