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듯

뿌리째 흔들리지는 말자

by 바람의 영혼


산골에 찾아온 긴 겨울

춥기는 또 왜 그리 추운지! 잠시 비켜가고 싶다는 핑계로 따뜻한 나라로 한 달 살이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와 보니 여기가 내 집이 맞나 싶게 황량하고 낯설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다시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흘은 춥고 나흘동안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은 간데없고 연신 이어지는 추위는 곧바로 생활의 불편함으로 이어졌다. 한파에 외부 배관이 얼어버리니 사흘이 멀다 하고 녹이느라 사람도 고드름이 될 것 같은 고생이 따른다. 시골살이 단독주택의 불편함이야 각오한 바이지만 문제는 흔들리는 마음이다.


도시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고요했던 우리의 일상은 무너지고, 돌아가고 나면 허전한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 또 며칠이 걸렸다. 산골살이가 아직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이리라.


2021년 이곳에 터를 마련하고 후회와 좌절을 겪는 우여곡절 끝에 2024년 집 짓기를 마쳤다. 그리고 작년에 완전히 이주를 했다. 어느 사이 세월은 6년 차에 들어섰다. 돌이켜보니 처음 전원생활을 꿈꾸며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시간까지 내 인생의 10년을 바쳤다.


그 당시 이 마을 저 마을 걸어 다니며 전원생활 하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대부분이 준비하고 이주해 자리 잡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때는 와아 그렇게나 오래! 했는데 내가 겪고 지나온 시간이 되고 보니 그 세월이 이렇게나 빠르게 지나는구나 싶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로 따지면 문득문득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같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기도 한다.

부겐빌레아

머지않아 들려올 봄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흙냄새 맡으며 텃밭을 일구고 구슬땀 흘리는 노동과 수확의 기쁨은 내가 뿌리째 흔들리지 않을 힘이 되어 주리라. 그래 잘했다며 나를 토닥여 주고 그 힘으로 또 이겨내고 조금 더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팔레놉시스(호접란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