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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Nov 28. 2023

저도 아직 청년입니다만

장기적으로 귀농귀촌을 추진하면서 제가 가장 아쉬운 건 바로, 제가 더 이상 법적으로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여러 귀농귀촌 정책의 상한 연령은 대부분 만 39세 이하로 정해져 있는데, 저는 어느덧 올해로 43세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귀농귀촌에 대한 생각을 처음 하기 시작했던 2019년에는 그래도 39세였네요. 이제는 웬만한 지원 정책에 대부분 해당되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39세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청년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청년 연령은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만 39세가 아닙니다. 그리고 2022년 귀농어귀촌 통계 중 연령별 귀농인 비율을 보더라도 30대 이하는 9.4% 밖에 되질 않습니다. 물론 귀촌인에서는 30대 이하가 45.5%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통계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출처: 2022년 귀농어귀촌 통계)


바로 저 같은 사람 때문인데요. 저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김포시의 한 '읍'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김포 한강신도시가 있는 장기동에서 이사를 나왔는데, 행정구역이 '동'에서 '읍'으로 바뀌다 보니 통계 상으로는 저도 귀촌인구로 분류가 됩니다. 행정 상으로는 전 이미 귀촌을 한 것이죠.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서울 경계까지의 거리가 직선거리로 약 3km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세대수만 해도 1,500세대가 넘는 대형이고요. 옆에는 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하나 더 있고, 지금도 또 다른 1,200세대 아파트 단지 하나가 마무리 공사 중에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주민분들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시거나 생활권도 서울인 분들일 것입니다. 이 분들만 다해도 몇 명인가요? 한 세대 당 3명이 거주한다고만 쳐도, 모두 4,700세대에 14,100명이나 되는 사람이 귀촌인구로 분류가 돼 버립니다.  


이런 곳이 김포뿐일까요? 경기도 화성, 남양주 등 몇 곳이 더 있습니다.




앞서 한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시골은 도시로 청년과 식량을 보내고, 도시는 시골로 혐오 시설과 쓰레기를 보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 간의 불평등한 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문장인데요.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중에서도 귀농귀촌 행렬의 정 반대편에 있는 20대 청년들의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입니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과 함께 시작되는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은 어찌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어떠한 노력도 무의미해 보이기도 합니다. 청년들은 꿈이 있고 직장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니까요.


2023년 11월 통계청은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지난 10년(2013~2022년) 동안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인구가 59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순이동 인구는 지역의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값으로, 서울로 순유입된 20대 인구는 34만 1천 명, 인천은 1만 5천 명, 경기는 23만 5천 명이었다고 합니다. 인구가 순유출된 비수도권 지역을 보면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의 순서였는데, 대구(-6만 6천 명), 부산(-5만 5천 명), 광주(-3만 4천 명) 등의 광역시도 20대 인구 순유출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40대는 다릅니다. 20대 내내 꿈을 좇아 달려가던 청년들은 30대가 되어 꿈을 이루기도 혹은 좌절하기도 하며 인생을 배워갑니다. 자녀를 낳아 키우며 인생의 철학이 바뀌기도 하고요. 그렇게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되면 20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인생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서울로 올라온 후에는 20대 내내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었고, 30대 초반에는 해외 파견은 몰라도 서울을 떠난 삶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모두를 이렇게 무 자르듯 명확하게 연령별로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대충 그 나이대가 되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이고, 자신의 주관이나 철학이 뚜렷한 분들은 훨씬 더 일찍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귀농귀촌 지원 정책의 대상을 적어도 만 49세 이하까지는 늘려야 맞는 게 아닐까요?


인구 노령화가 문제라고 하지만 지금의 70대는 예전의 60대 보다 훨씬 더 건강합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제 할아버지는 60세가 되기 전부터 두루마기를 걸치고 갓을 쓰고 다닌 어르신이셨지만, 제 아버지는 올해로 70세가 넘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누가 혹여 어르신이라 부르면 '그렇게 부르지 말라'며 당황해 하십니다. 49세의 나이에 귀농하더라도 앞으로 20년은 더 쌩쌩하게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데, 40대를 통째로 배제해 버리는 건 농촌으로 인구 유입을 위해서도 좋은 정책은 아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위 연령은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하는데요. 30년 전(1993년) 한국의 중위 연령은 28.4세로 비교적 젊은 사회였습니다만, 2023년 한국의 중위 연령은 45.6세로 많이 높아졌습니다.


(출처: 통계청)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중위 연령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맞춰 청년에 대한 정의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아직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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