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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Nov 28. 2023

사주명리학과 24절기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면 귀농귀촌을 준비하시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도 정말 우연찮은 기회에 사주명리학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주하면, 뭔가 미신 같았고 비과학적일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사주는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는 것이고, 그것을 보거나 믿는다는 것 자체가 삶에 대한 주체성이나 자기 결정권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끔 누군가 사주를 한 번 보지 않겠냐 물을 때면 '난 그런 거(?) 안 봐!' 하며 거절하고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라고 고미숙 님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란 책을 읽고 나서는 그만 사주명리학에 빠져 관련 책을 더 찾아 읽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좀 자세히 설명드려 보면, 사주명리학 기본 이론은 대단히 과학적입니다. 기본 전제는 '사람은 모두 하나의 별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몸속에 있는 원자들은 모두 몸속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몇 개의 별을 거쳐서 왔을 것이고, 수백만에 이르는 생물들의 일부였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정말로 엄청난 수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죽고 나면 그 원소들은 모두 재활용된다. ...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 몸속에 있던 원자들은 모두 흩어져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목적으로 사용된다. 나뭇잎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몸이 될 수도 있으며, 이슬방울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원자들은 실질적으로 영원히 존재한다."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중에서


사주명리학은 태초의 우주를 음과 양의 기운으로 나눈 후 이를 다시 원자에 해당하는 목(木/나무), 화(火/불), 토(土/흙), 금(金/쇠), 수(水/물)의 다섯 가지 성질, 오행으로 분류합니다. 이어 오행에 음과 양이 붙으면 하늘을 움직이는 기운인 10개의 천간이 탄생하게 되고, 땅의 기운은 12개의 지지(이건 많이 들어보셨죠? 12지지로 열 두 개의 띠를 나타내기도 합니다)로 탄생하게 됩니다.


- 천간: 갑을(甲乙: 목) / 병정(丙丁: 화) / 무기(戊己: 토) / 경신(庚辛: 금) / 임계(壬癸: 수)

- 지지: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이러한 이론적 바탕 때문에 우리가 태어나는 바로 그 순간 우리 몸을 구성하게 되는 오행의 조합을 사주명리학은 주목하고, 이 질료들이 하늘이나 땅 등 우리 주변의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사주팔자를 보는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한 사람의 인간이 태어난 그 순간에 년, 월, 일, 시(4개의 기둥, 사주로 연주를 제일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월주, 일주, 시주 순으로 놓는다)에 따라 각각 주어지는 하늘의 기운(천간)과 땅의 기운(지지)을 위, 아래 8글자(팔자)로 놓고, 한 사람의 인생살이를 풀이해 보는 것입니다.


사주팔자 명식의 예




고백하자면 저는 직장을 자주 옮겨 다녔습니다. 크게 보아 국제개발협력이나 지속가능발전이란 틀을 벗어나 본 적은 없지만, 공공기관, 컨설팅 회사, 국제 NGO, 국제기구 등 여러 곳에서 일하며 10번 정도 이직을 하였습니다.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탓에 평균적으로는 1~2년에 한 번꼴로 회사를 옮겨다는 꼴입니다.


그래서 '난 왜 이럴까?', '내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사주명리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제 사주팔자를 직접 볼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사주팔자에는 '회사'가 없었거든요!


앞서 보여드린 사주팔자는 제 명식인데요. 우선 명리학에서 나라는 존재의 근원을 뜻하는 일간(천간과 일주가 만나는 글자)이 임수(壬水)'에 일지(지지와 일주가 만나는 글자)는 '인목(寅木)'입니다. 이 글자가 나오면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총명하나 인내심이 없어 장기적 관점에서 진득하니 기다리질 못합니다.


아울러, 좀 더 깊이 들어가자면, 십성 중 직장, 조직을 나타내는 것이 관성(편관과 정관으로 우리가 흔히 '관운'이라 부르는 부분)인데, 저에게는 '관성'을 뜻하는 십성 자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가진 십성 중 하나인 '상관'은 관성 중 하나인 '정관'으로 표상되는 권위에 반발하는 기운입니다. '편인'은 안정적인 직업보다는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으로 회사원에 적합하지 않은 십성이고요. 이러니 어느 회사나 조직에도 정을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불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돌고 돌아 귀농귀촌에 꽂혔나 봅니다.




제게 사주명리학은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겪었던 여러 인생 굴곡들에 대한 답을 찾아준 길잡이였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죽기 전까지 태어난 동네에서 10리 밖을 벗어날 일이 없었던 시기에 만들어져 수백 년 동안 쓰이고 다듬어진 이론이 지금과 같이 복잡한 산업화, 세계화된 시대에 100% 맞아떨어질 리는 없겠지만, 전 사주명리학이 한 개인의 타고난 기질에 대해 그 어떤 이론 체계보다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주명리학 공부는 24절기로도 이어집니다. 농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일반적으로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만 나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등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24개의 절기가 사이사이에 숨어있습니다. 지금이야 24절기의 구분이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지만, 24절기는 여전히 자연과 호흡하며 언제 씨를 뿌리고 수확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농업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당연히 귀농귀촌을 생각 중이시라면 알아두셔야 하고요.


24절기


작게나마 농사를 지으며 24절기를 가까이하게 되면서 놀라는 날이 많았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이런 규칙을 찾아내 24절기로 정리를 해놓으셨는지 절로 감탄을 하게 됩니다. 곡식 심기 좋은 비가 내린다는 곡우, 밀이나 보리를 수확하고 모를 낸다는 망종, 김장채소를 파종하는 처서 등등 정말 절기마다 자연이 미세하게 변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24절기는 농사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개인의 사주를 분석함에 있어서도 24절기는 중요합니다. 태어난 절기를 보면 큰 틀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고, 주어진 오행의 성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더 이상 깊이 들어가면 저도 아직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터라, 사주명리학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주명리학의 바탕에는 바로 우주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재미난 건 현대 과학기술이 일찍 태동한 서양에서는 심지어 18세기까지도 서로 떨어진 물체 사이에 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죠. 그래서 조수 간만의 차가 일어나는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고요. 하지만 동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사주명리학에 적용된 것처럼요.

    

"고대 중국인은 중력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물체끼리도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18세기 후반까지도 서양인들은 서로 떨어진 물체 사이에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반면, 고대 중국인들은 2500년 전에도 파장이나 자기장의 기본 원이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조수의 원리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갈릴레오도 조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지요. 갈릴레오는 조수작용의 원리에 대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가설을 세웠지만 모두 틀린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사물과 환경 간의 관계와 맥락을 유심히 살폈기 때문에 2500년 전부터 이런 사실들을 잘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의 리처드 니스(미시건대 심리학과 교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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