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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Nov 27. 2023

[임장기] 강원도 영월

봉래산에서 바라본 영월읍 전경


강화도에 땅을 사고 나서는 시골로 내려간다는 생각을 잊고 살았던 터라, 실로 오래간 만에 임장을 다녀왔습니다. 2주 전 가족과 함께 다녀온 주말여행이 계기가 되었는데, 중간 경유지로 들린 영월에 그만 아내가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회사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터라 아내가 먼저 '영월에 살아보는 건 어떨까?'를 제안했고, 저는 이때다 싶어 그 제안을 덥석 물어버렸습니다.


먼저 영월이란 고장에 대한 조사차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남한강 편을 빌려 읽었습니다. 역시나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책을 읽으니 영월 이곳저곳이 더 가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는 귀농귀촌의 핵심이 될 몇 가지 사항을 인터넷에서 살펴보았습니다.


1) 아이 교육


요즘은 시골학교가 교육의 질이 더 좋다고 하던데, 영월은 어떤지 맘카페와 영월교육청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인구소멸 지역이라 그런지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도 많고, 해외연수를 지원해 주는 학교까지 있었습니다. 영월군 차원에서 농촌유학에 참여하는 가정에 월 40만 원을 지원해 주는 경우도 있었고, 서울시교육청은 강원도교육청과의 협력 사업을 통해 월 60만 원까지 지원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걸 왜 진작에 몰랐을까요? 저희에게는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만약 전학을 간다면 원어민 영어교실 같은 모든 방과후프로그램에 공히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니 그것 또한 큰 혜택으로 보였습니다.


2) 귀농귀촌 지원 정책


정부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 정보 포털인 '그린대로(https://www.greendaero.go.kr/)'를 통해 영월군에서 제공하는 귀농귀촌 정책을 알아보았습니다. 역시나 만 39세라는 청년 연령 상한을 넘어버린 지 오래라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훈련비(월 80만 원)를 제공해 주는 귀농인 현장실습 교육은 매력적으로 보였고, 블로그 운영을 통해 작성하는 기사마다 5만 원 정도의 수익(최대 4건, 월 20만 원)을 올릴 수 있는 동네작가 프로그램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린대로 영월군 페이지 갈무리


3) 부동산 시세 및 적당한 매물 검색


신축아파트는 평당 800~900만 원 사이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매매로 나와 있는 물건이 거의 없었습니다. 전, 월세는 더 없었고요. 영월읍에 위치한 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보니, 영월군 만의 여러 특수한 사정이 얽혀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없어 매물이 나오면 바로 소화된다고 합니다.


신축아파트는 아무래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전원주택을 찾아봤는데, 어머나, 정말 꿈에나 그렸을 만한 집이 하나 올라와 있었습니다. 가격이나 위치, 주택 구조 등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웠고, 정면으로 아름다운 영월의 강과 산을 조망할 수 있는 부분은 보기도 전에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부동산과 주말 약속을 잡고, 지적도에서 도로 관계 등을 확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4) 유해시설 유무 확인


안타깝게도 영월군에는 시멘트 공장이 2곳이나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서쪽 제천시와의 경계지역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시멘트 공장 인근은 절대로 가면 안 될 듯합니다. 영월읍은 그나마 시멘트 공장과 거리가 10여 km 이상 떨어져 있어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처음부터 너무 큰 장애물을 만났습니다. 시멘트 공장은 제천, 단양, 삼척, 강릉 등지로의 이주를 고려할 때 유념히 보셔야 합니다.


5) 도로교통 및 의료시설


현재는 연결된 고속도로가 없지만 곧 제천-영월 간 고속도로가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고, 영월의료원은 정선군과 평창군을 아우르는 강원도 남부권역의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현재 확장 및 신축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아직은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향후에는 그나마 개선이 될 듯 하네요.


사실 임장을 가기 전 잠을 제대로 못 이뤘습니다. 방문을 예약해 둔 전원주택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주택 건축 과정까지 다 사진으로 찍어 공개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아내와 이사를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몇 날 며칠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상상 속에서는 이미 새 집에 들어가 살며 일도 구하고 아이 통학도 시키고 있었죠. 내려가서 가게 될 학교와 이용할 도서관, 마트 위치도 확인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임장은 가봐야 하는 법!


찜해둔 전원주택으로 향하는 길에 큰 발전소 건물이 보였습니다. (이런 건 왜 인터넷 지도 서비스에도 나오지 않는 걸까요?) 그리고 그 건물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다른 곳으로 보내기 위에 주변 산 능선을 따라 수도 없이 많은 송전탑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로 탈락!


실제로 본 집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도저히 송전탑을 머리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집에서도 송전선이 멀리 지나가는 게 보였거든요. 시멘트 공장은 멀어서 괜찮았는데 이건... 그래도 미련이 남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송전탑과 전자파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송전탑 아래에서 거리를 달리해가며 전자파를 측적하신 분의 영상도 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안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단념키로 하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저희가 자주 다녀야 하는 곳과도 거리가 너무 멀더라고요...


앞으로 임장을 가게 되면, 미리 너무 앞서가지는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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