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다들 기억하시지요? 23살 여성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 당한 사건입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이러한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슬프게도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서울 관악구 등산로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 미수 사건 등 생면부지의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폭력과 살인 사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는 입장에서는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남성인 저는 모르겠으나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 밖에 없고, 사는 곳을 인적이 드문 농촌 지역으로 옮기게 되면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출처: 인터넷 무안신문, 2023.10.30. 기사 중)
그런데 최근 경찰은 현재 *치안센터 952곳 중 576곳을 연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폐지를 계획 중인 치안센터 상당수가 농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하루 아침에 500곳 이상을 한 번에 폐지하게 되면 아무래도 농촌 지역에 발생하게 될 치안 공백이 커지게 될 테니 지역사회의 반발도 심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경찰도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미 경찰은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지구대·파출소 9곳, 치안센터 81곳을 폐지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치안센터는 지구대나 파출소와 달리 경찰관 1~2명이 파견되어 주간에만 운영됩니다.
얼마 전 임장을 갔던 영월의 전원주택에는 민간보안 업체의 CCTV가 곳곳에 달려 있었습니다. 집 안에는 상시 외부 상황을 확인 할 수 있도록 모니터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도 월 10만원 내외로 적지 않았고요.
빌라에서 살다 아이를 낳고 아파트로 이사온 이후에는 이런 걸로 걱정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기후위기보다 치안이 더 걱정입니다.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도 문제입니다.
2023년 6월 경북 봉화에서는 귀농한 이주민이 식수로 쓰는 지하수 문제로 이웃 원주민과 갈등을 겪다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2명은 사망하고 갈등 관계에 있던 원주민은 중상을 입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걱정만 늘어가네요. 저도 모르게 이래서 내려가면 안되는 거야, 하고 최면을 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이고 도시에서 산다고 이웃과의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민들이 주를 이루는 전원주택 단지도 선택지가 될 수 있고, 오히려 이웃과의 관계가 좋으면 귀농귀촌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저 또한 강화도 텃밭의 이웃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끔 수확한 농작물을 나누기도 하는데, 2주 전에는 김장 김치도 한 포기 나눠주셨습니다. 평소에는 지하수도 무료로 쓰고 있고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를 아주 조심스럽게 살피시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매번 인사드리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텃밭을 찾을 때마다 매번 맡아야 하는 이웃 아저씨의 담배 냄새는 곤역입니다.)
귀농귀촌은 어찌보면 익명성 뒤에 숨어 개인으로 살았던 도시에서의 생활을 벗어던지고,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큰 변화입니다. 그러니이웃과의 관계가 두렵다면 귀농귀촌 또한 좋은 선택지는 아닐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