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귀농보다는 귀촌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강화도에 가지고 있는 텃밭처럼 우선은 100평 정도 되는 밭이 딸린 집을 사거나, 그런 밭을 인근에 두고 수시로 오가며 간헐적 농부로서의 삶은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지금처럼 생활에 필요한 채소를 조달하면, 자연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동시에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가겠다는 목적만 없을 뿐입니다.
그러면 돈을 아예 안 벌겠다는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 어떻게든 생활비는 벌어야 하고 이미 어느 정도 기본적인 영농기술도 익히고 배웠으니, 처음에는 농장 아르바이트를 찾아 시골에서의 삶에 천천히 적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이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할지는 아직 감이 잘 안 잡힙니다. 읍, 면사무소를 찾아가거나 동네 이장님을 찾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지역농협?
2023년 충청북도는 "충북형 도시농부"라는 사업을 새로이 시작하였습니다. 충북형 도시농부는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 도시의 유휴 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인데요. 매년 1~2월 초 신청을 받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루 4시간씩 충북 각지의 농작업 현장에 참여 도시민을 투입합니다. 올 한 해만 연인원 6만 명이 사업에 참여하였고, 도시 일자리 부족과 농촌 일손 부족현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으로 평가받아 11월에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출처: 충청북도 네이버 블로그)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는 외국인도 외국인이지만,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처럼 내국인(도시의 유휴 인력 또는 귀농귀촌 예정자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도시에서 농촌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렵고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시스템이 정비되고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도 함께 제공된다면 내국인의 참여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2023년 7월 어느 날
가령 제가 살고 있는 김포에도 농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도 죄다 논밭이며 하우스입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어디서 일을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지역 농협에서 지차체의 다양항 홍보 채널을 이용해 일괄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신청자를 받아 매일 필요한 농장에 인력을 공급한다면 어떨까요? 일자리가 필요한 분들과 인력이 필요한 분들에게 모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자 입장에서도 중앙에서 관리를 해주니 급여도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고요.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시골에 인력이 부족한 게 정말 한국인들이 힘든 육체노동을 기피해서 일까요?
최근 도배기능사 자격에 도전한 20대가 4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청년층이 도배기능사란 자격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윤슬 님의 <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보면 서울의 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도 성공했던 저자가 조직 생활에 어려움을 겪다, 도배사로 전향하여 오히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청년들 중에도 땀 흘리는 노동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왠지 수요와 공급만 잘 찾아 맞출 수 있다면, 농촌의 부족한 인력 문제도 어느 정도는 우리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충청북도 도시농부와 같은 사업이 김포나 경기도에도 있다면, 전 오늘이라도 당장 농장으로 출근하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