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의원 한 분이 그간의 농막 논란에 종지부를찍을만한 제안을 하셨습니다. 바로 '텃밭 주택'인데요. 이제야 뭔가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온 듯 합니다.
농지법을 보면 '농막은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를 보관하고 수확한 농산물의 간이처리 및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로 연면적 20제곱미터(6평) 이하이고 주거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농막 설치 신고 건수는 2014년 9,175건에서 2022년에는 3만 8,277건으로 8년 사이 3배나 증가하였는데요. 실상은 규정과 달리 설치되거나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농막은 6평으로 지어놨지만 데크를 앞으로 길게 빼놓는 경우는 허다했고, 일시 휴식이 아니라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농막을 호화별장처럼 지어놓고 농사는 전혀 짓지 않거나, 농지를 잘게 쪼개 타운하우스 형태로 분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23년 7월 어느 날의 농막
이에 정부는 올 초 농업과 무관한 농막에서의 의숙박을 금지하고, 휴식 공간의 면적도 농막 바닥면적의 25%로 제한하는 등(예: 농지 면적이 200평 미만이면 농막 연면적은 7㎡(약 2평) 이내, 휴식 공간은 0.5평만 허용 등)의규제 강화 계획을 발표했었는데요. 계획이 발표되자 정부 누리집은 저같이 몸은 도시에 있지만 마음은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는 많은 분들의 항의글로 도배가 되었었습니다. 사실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잠시 앉아만 있을 거라면 농막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어지는 거죠.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서둘러 계획을 철회하기는 하였습니다.
농막을 둘러싼 이런 소란을 보며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농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5도 2촌을 꿈꾸는 분들은 어찌 보면 대부분 미래의 귀농귀촌 후보자들이거든요. 본격적인 귀농귀촌에 앞서 도시에 살며 전원생활을 체험해 보는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인 거죠. 생활인구 유입을 위해 애쓰는 여러 지자체에도 이 분들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매주 지역을 방문해 지역에서 소비를 하니 지역 경제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됩니다. 저만 해도 매주 강화도를 찾아, 시장이며 식당, 마트, 카페 등을 꾸준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농막이 아니라면 제가 1년에 몇 번이나 강화도를 찾아갈까요? 그런데 상당 기간 계속된 농막에 대한 관심을 한 번에 싹둑 잘라버리는 정책이라니요! 철회는 당연했습니다.
*5도 2촌은 주중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전원에서 생활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말합니다.
제안된 텃밭 주택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농막이란 제도를 현실화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우선 농막 면적은 여전히 6평으로 제한되고 전입 신고도 되지 않지만, 농사용 간이 '주거'시설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동안 규정이 없어 혼란스러웠던 그늘막, 데크, 처마, 주차 관련 부분에 대한 규정도 생겨 일정 부분 허용이 예상되며, 지자체별로 다르게 운영되던 정화조 시설 기준도 표준화되고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 비치도 의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간이 시설이기 때문에 재산세와 같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지역발전기금등의 명목으로 조금의 세금을 거둬 지역 사회에 돌려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농촌 지역의 반발은 줄이고 주말농장 활성화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도시민의 전원생활 수요도 충족시켜 줄 수 있으니까요.
텃밭 주택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듭니다. 하루빨리 텃밭 주택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텃밭 주택 제도가 만들어져도 전 지금처럼 컨테이너 하나로 버틸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겨울철만 되면 반복되는 소란 때문인데요. 기온이 영하로만 떨어지면 인터넷 귀농귀촌 카페는 난리가 납니다. 바로 수도 동파 때문입니다. 한 달 만에 와 봤더니 수도가 터졌다, 어떡해야 하느냐는 글들이 쏟아집니다. 아무래도 간이건축물이다 보니 이런 부분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마다 수도며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게 벌써 3년째입니다. 수도나 화장실이 없어 좀 불편하긴 하지만, 텃밭 생활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2021년 12월의 어느 날의 농막
2023년 11월 30일. 오늘은 날씨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져 아주 추운 날입니다. 낮 최고 기온도 영하권을 밑도는 아주 매서운 날씨인데요. 이런 날이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데 새삼 감사하게 됩니다.
2022년 겨울은 농촌에서, 특히 주택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는 참 힘든 계절이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기름값이 급등해 그야말로 난방비 '폭탄'을 맞은 분들이 많았거든요. 귀농귀촌 카페의 누군가는 기름값만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하셨고, 또 누군가는 보일러를 완전히 꺼버리고 전기장판으로 버텼다고 하셨습니다. 주택의 에너지 비용이 공동주택에 비해 더 들어가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도시 지역 공동주택이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택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 농민신문을 보니 농촌에서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또 인상된다고 합니다. 지난 3개월 연속으로 가격이 인상되었는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 도시에서 쓰는 도시가스 요금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올 3, 4분기 연속으로 동결이 되었습니다.
시골 전원주택에서 그나마 난방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 LPG 사용이라고 들었는데, LPG 가격만 인상이 된다고요? 이렇듯 LPG와 도시가스 가격의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는 건 '가격 결정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시가스 요금은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산업부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는데 반해, LPG 가격은 국제가격 및 환율 등을 반영해 국내 LPG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없는 체계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이미 비싸게 공급되고 있는 LPG와 도시가스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거라니, 농촌 주민들은 난방비 부담이 더 커지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도시가구의 72.5%가 도시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반면 농촌에서는 읍 지역이 62.1%, 면 지역은 21.1%만이 도시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