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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May 19. 2024

19. '태백산맥'을 읽고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읽었습니다. 


태백산맥은 해방 직후부터 6.25 전쟁이 끝나는 1953년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데요.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 대다수 국민이 원했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친일 반민족 세력의 청산과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 대한 열망!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하나 성취한 것이 없네요.


가끔 트위터 같은 SNS에서 1장의 사진으로 남한과 북한의 현재를 비교하는 글을 보고는 합니다.  

출처: 2019.5.13. 중앙일보 기사 '위성사진 야간불빛으로 본 北경제'


똑같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정치 이념을 선택한 결과,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일이 벌어졌냐는 것이죠.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분명합니다. 자유주의를 선택한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사회주의를 택한 북한은 자체적으로 식량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전 지구적 '불량국가'가 되었죠.


하지만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당시의 사회주의와 사회주의를 쫓던 사람들의 생각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과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국민 중 80% 이상이 농민이고 그들 중 80% 이상이 소작민으로 일제의 잔혹한 침탈을 견뎌내야만 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그 시절 깨어있는 지식인 치고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빨치산'으로도 불렸던 그들은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민족적 열망을 달성코자 이론을 행동으로 옮긴 혁명가였고요. 당시 사회주의 세력이 세운 북한은 친일 반민족세력을 청산했고 무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에 따라 토지개혁을 실시하였으며, 남한을 침범하며 삼았던 명분도 인민해방이었습니다.   


제가 가슴이 먹먹했던 건,'인민해방'과 '사회주의 혁명'을 외치며 전쟁을 일으킨 그 많은 사람들이 전쟁 중에도 민주적 토론과 자기반성을 이어가며 결국 마주하게 된 체제 하에서 느꼈을 좌절감과 절망감을 책을 읽으며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들이 바라는 세상,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너무나 인간적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렀으되 시대는 초월하는 이상이었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태백산맥>을 읽으며 종종 탈성장을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인간적인 삶을 고민하는 철학적인 면이 좀 닮았다고 할까요?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나 지났고 아시아에서 최고로 민주적인 국가가 되었다지만, 여전히 *매카시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나라에서 '탈성장'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탈성장'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건 '성장'에서 벗어나 '삶'을 드려다 보자는 것이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아니니, 지나친 걱정이겠죠? 


이 글은 <태백산맥>을 읽고 적어본 개인적인 감상이니 글을 읽고 오해하는 분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체제 경쟁은 이미 끝이 났으니까요. 


생산과 분배를 어떻게 조직하여 사회적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번영은 크게 달라진다. ... 경제성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자원을 잘 분배함으로써 사회를 지금보다 번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 사이토 고헤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중에서 -



*매카시즘(McCarthyism)은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일어난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으로 정적이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려는 경향이나 태도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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