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그만 졸업하고 싶다

2019년 8월 26일

by 빈땅


직장을 여러 번 바꾸기는 하였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간 정해진 장소에 출근하는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해온 지 11년... 이제는 몸과 마음이 정말 많이 지친 것 같다.


현 직장으로의 지나치게 먼 통근거리와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첫 번째 이유겠지만, 돌이켜보면 처음 직장이란 곳에 발을 디뎠던 그 시절에도 난 같은 직장 사람들과 평생 지지고 볶으며 생활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직장과 회사는 어쩌면 필수적인 부분이기에 '회사'라는 제도를 영원히 떠나서 살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직장을 졸업하는 대신 옮겨가며 그때그때의 불만을 해소하였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좀 더 나은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를 찾아 내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역시 회사는 회사였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잦은 이직을 두고 패배주의적 사고를 가졌다 충고하기도 하였지만, 난 개인이 조직을 바꾸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생각한다. 한국의 조직 문화 자체가 후진적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내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게 빠르지 않을까?


포드 CEO 출신의 경영의 대가 리 아이오코카는 "경영이란 바로 다른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라고 했지만, 우리네 회사나 직장 상사들은 거의 대부분 수직적 서열을 기반으로 직원들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데만 도가 텄다. 밑에 직원들 말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회사에 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도 그렇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고,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속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10년 전이나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다르게 생각하여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고 늘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다닌다는 건 사실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세상이 온통 스마트해지길 권하고, 지친 기색을 내비치기만 해도 도태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대일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배짱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는 효율과 성장 신화를 쫓아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낙오될 것처럼 위협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곤 한다. 그런 부추김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소신이 없다면 늘 불안과 초조, 불만족에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중에서


직장이나 일 자체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면서, 난 나보다 앞서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여러 사람들의 책을 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전형적인 직장생활을 벗어나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과 "삶"을 주체적으로 디자인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지음

<일하는 마음>, 제현주 지음

<인생학교 -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정희재 지음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는 특히나. 대체 나는 언제쯤 회사를 졸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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