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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Nov 24. 2023

들어가며

제가 귀농귀촌에 맨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2018년 7월 정도였습니다. 벌써 5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네요.


당시 저는 김포 한강신도시란 곳에서 살며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지하철(김포 골드라인)도 없어 버스를 타고 개화역이나 김포공항역까지 간 후 9호선 지하철로 갈아타야 했는데, 출근만 1시간 50분 퇴근에도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리는 먼 거리였습니다. 하루에만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출퇴근에 쓰다 보니 몸도 생활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책을 빌리러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 우연히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이란 책을 한 권 발견했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로는 줄곧 서울에서 살았던 터라 농업의 '농'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는 그 책에 관심이 갖습니다.


아마 당시 제 삶이 많이 힘겹고 버거웠기 때문이었겠죠?


책은 전국 각지의 시골마을에서 제2의 인생을 소신껏 가꿔 나가는 여덟 분의 귀촌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읽는 내내 너무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삶도 있구나, 도시에서의 삶만이 삶이 아니구나, 하며 읽는 내내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저희 가족은 바로 원주로 향했습니다. 원주에는 책에서 소개한 <들꽃이야기>라고 하는 시골카페가 있는 곳이었는데, 왜 그곳부터 찾아가게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그날 그 공간을 찾았을 때의 편안함과 여유, 따뜻함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강원도 원주 신림면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시골카페, 들꽃이야기




제가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그해 가을 유치원 행사에 초대되었는데, 행사의 일환으로 근처 텃밭에서 고구마 수확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고구마를 캐며 신기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전에는 찾지도 않았던 부모님 텃밭으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무도 뽑고, 배추도 뽑고, 깻잎도 따고, 감도 따고... 도시에서만 나고 자란 아내도 덩달아 신기해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물이 들었나 봅니다.




귀농귀촌을 하면 우리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자, 관련 서적을 더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주말마다 가족과 여기저기 답사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럼 정말 내려가서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건가?'라는 데는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농사가 아니면 뭘 하지?'란 질문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가뭄의 단비처럼 <반농반X의 삶,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다)>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농반X는 1995년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는 반농반X의 개념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농반X는 '하늘의 뜻에 따르는 지속가능한 작은 생활(소규모 농업)'의 기반 위에서 '타고난 재주(X)'를 세상에 활용하여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고 전파하며 완수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작은 생활이란, 손바닥만 한 시민 농장, 주말농장, 또는 베란다 텃밭이라도 좋으니 그것으로 식량을 자급하는 단순한 생활을 말한다. 그리고 X는 사명으로, 자신의 개성, 특기, 장점, 소임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는 직업을 말한다. 즉 좋아하는 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 돈도 벌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책을 읽는 내내 시골에 내려가지 않고도 농사를 지으며 가슴 설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귀농귀촌이든 반농반X든 제가 끌렸던 건 자연이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삶. 누구나 꿈꾸는 그 삶을 저 또한 꿈꾸었던 것이죠.


"사람이 지금과 같이 자연과 떨어져 인공적인 환경에서만 생활한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류는 탄생한 그 순간부터 지난 수십 만 년을 자연과 함께 해 왔고, 그만큼 우리 몸은 자연이나 숲과의 상호작용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살아서는 병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꼭 새집증후군처럼 인공적인 구조물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그 많은 시간 동안 우리가 가까이했던 싱그러운 자연을 멀리함으로써 생긴 자연결핍 때문에 우리는 하루도 마음이나 몸이 성할 날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숲이나 대자연을 대할 때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상은 <식물예찬, 우리는 왜 식물을 좋아하는가>란 책의 일부분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한 켠에 놓인 제 책상에는, 그 당시 흔한 화분 하나 놓여있지 않았습니다. 집도 마찬가지였고요.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회사 옥상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으면서도, 저는 제가 왜 그러는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당장에 생활 근거지를 옮기지는 못하니 주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틈틈이 귀농귀촌종합센터(현재는 '그린대로'란 이름으로 운영 중), 전국귀농운동본부 등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녔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살고 있는 김포에 한 시민단체(김포 경실련)에서 오랫동안 운영해 온 도시농부학교 과정이 있었습니다. 김포 신도시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5년 차였지만, 매일 서울로 출퇴근만 하다 보니 사실 김포에 대해서 아는 건 쥐뿔도 없는 경계인이었던 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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