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메시지 100개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필요한 걸까."
먼저 다가가서 나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다가도,
몇 분 아니, 몇 초만 지나면 어떻게든 발걸음을 돌리려, 입을 틀어막으려 애쓴다.
"사람이 좋다."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나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대상이다.
이들 앞에서는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기쁠 때는 한없이 웃고, 화가 날 때는 티를 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드러내고 싶지 않다. 이 편안함을 변질시키고 싶지 않다. 그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 않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사람은 대화를 오래 나누고 싶고, 새로운 걸 도전하게 만드는 대상이다.
이들에게는 나의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소한 순간을 함께 누리고 싶지는 않다. 이 또한 관계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사람이 싫다."
어느 순간, 편안함을 주는 사람들을 등한시할 때가 있다.
왜 이들이 내 곁에 있는지 모르겠고, 나의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읽지 않은 메시지 100개 중 99개가 이들의 것이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사람들이 징그러울 때가 있다.
무책임한 조언을 할 때, 지독하게 이기적인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그럴 때 나는 편안함을 주는 사람들에게로 도피해 버린다.
"사람이 필요하다."
관계를 망치기 일보 직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사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편안함을 주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한없이 차가워지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이들의 따뜻함이 나를 살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마냥 따뜻한 곳에서만 머물 수 없다. 내 삶에서 약간의 모험은 언제나 필요하기에, 따뜻한 집을 또다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