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 게임
어젯밤, 나는 다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책 두 권을 들고 카페에 가서, 배고파 쓰러지기 직전까지 읽다가 와야지."
그리고 그렇게 다음날, 오늘이 왔다.
하루의 끝에 다다라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오늘 하루에 대해 평하자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망한 하루'다.
오늘은 이상하게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서 몇 개월째 이어오던 아침 루틴도 모조리 무시해 버렸다. 원래는 일어나서 씻고,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커피를 끓이는 동안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는 것이 루틴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두 시간의 작업을 한 뒤, 배가 고파지자 간장계란밥을 만들어 먹었다.
망했다.
갑자기 현타가 밀려왔고, 마침 옆집 벽간 소음이 심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은 단편소설집, 철학책, 경제책 이렇게 세 권을 챙겼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무엇을 읽을지 고르는데 짜증이 밀려왔다. 가장 설레는 순간이어야 하는데, 오늘은 선택지가 많은 것조차 불만이었다. 결국,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겨우 집중했는데, 흐름을 계속 끊네...'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는데 너무 빨리 끝나버리는 단편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나를 허무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래서 철학책을 들었다. 여러 철학자, 시인, 작가들의 주요 사상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데카르트의 한번 읽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 나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삶에서 헤매는 이유는 우리를 창조한 신이 선하지 않아서인지, 능력이 부족하신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꿈 또는 환상인 것인지...' 이번에는 완전한 집중을 하는 듯했다.
그러다 랠프 월도 에머슨에 대한 내용을 만났다. 마치 똑똑해진 내가 쓴 것 마냥, 평소 내가 해오던 생각과 너무나도 비슷해서 소름 돋는 구간이 있었다.
오싹한 느낌과 함께 '지금은 소름 돋고 싶지 않아. 이건 다음에 읽자.' 하고 책을 덮어버렸다.
마지막으로 경제 관련 책을 대충 훑어보다 결국 자리를 떴다.
집에 들어와 과자와 술을 마시며 이전에 봤던 영화를 또 틀어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둑해진 하늘과 영화의 무드가 조금은 예술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준 덕분인지, 오래간만에 연필을 들어 그림을 그렸다.
사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어떤 모습을 중간중간 떠올렸는데, 그건 바로 어제 만났던 친구의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그 친구와 나는 공원을 산책 하고 있었다. 친구는 예쁘게 잘 다듬어진 측백나무 앞에 서더니, 행복한 표정으로 나뭇잎을 어루만지며 "아이 너무 예쁘다."라고 했고, 그 순간이 오늘 내내 생각났다. 나는 그 장면을 도화지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 친구의 당시 표정, 나무를 쓰다듬는 행동을 그리다 보니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최근 들어 이성으로만 살았던 삶에 감성을 억지로 주입시키려 하니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어제 감성으로 가득 찬 친구를 만났으니... 은연중에 부러움을 느끼고 나와 비교했던 것이다.
내가 애정하는 '나는 솔로' 프로그램의 단골 멘트가 있다.
"사랑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성을 의도하는 것, 감성을 의도하지 않았는데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하게 되는 것'을 의도했던 셈이다. 그럼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굳이 감성이 있어야 하나? 이성으로만 살면 안 되나?
나는 그렇게는 살 수 없다. 너무 이성적으로 살면 살 이유가 없고, 너무 감성적으로 살면 많이 다친다. 그래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한 번 감성이 도망가면 다시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기다리자. 오늘은 자기 전에 아무런 가능성을 바라지 않고 잠에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