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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무조건 사랑한다
눈이 와요
일상의 낯섦을 발견하다
by
빈틈
Nov 27. 2024
2주에 한 번 아침자습시간
초등 친구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갑자기 추워진 날에 맞게 그림책에 겨울을 담아갔다.
"와~~~!! 선생님, 눈이 와요!"
"그러네. 너희랑 올해 첫눈을 같이 보내."
그림 속 하얀 눈 밭을 덮고 나니
나의 세계에도 눈이 왔다.
1년 중 꼭 한 번은 어디서든 눈을 본다.
우리 동네에서 못 보면 스키장에서 라도.
정 안되면 TV 뉴스, 하다못해 아이들 교과서까지.
세상에 나와서 살아낸 해만큼
눈을 본 횟수도 1년에 한두 번은 함께 늘어난다.
그렇게 질리도록 보는 눈인데
아직도 설레다니.
새삼 내 마음이 촌스럽다.
그런 눈을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몇 가지.
일상에서 늘 보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아이들이 없는 고요한 집.
늘 북적이던 이곳이 오전이면 조용하다.
익숙한 곳에 낯선 적막이 흐른다.
없으면 보고 싶은 이 녀석들...
마침 하교시간이 다가온다.
아이들과 함께 보던 그림책.
같은 책이지만 늘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대여섯 살쯤 읽어주던 책이지만
어느새 번갈아 읽고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바라본다.
11월을 보여주는 달력.
눈이 오는 것을 보니 마치
곧 크리스마스일 것 같은데
아직 달력은 11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을 것만 같다.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싫으면서
얼른 달력은 넘겨버리고 싶다.
방금 얼굴을 내민 해님.
오전 내내 흐리다 이제야 모습을 보인다.
매일 보는 사이인지라 잠깐 안보였다고 서운했나 보다.
낯설긴 해도 이토록 내 마음이 반가운 걸 보니.
그리고 휴대폰 앨범 속 나의 모습.
철없던 어린아이 일 때부터
결혼 전 한 없이 의기양양했던 젊은 나.
언제 이렇게 엄마라는 역할에 깊이 파고든 건지.
거울에서 양치할 때마다 봤던 얼굴인데
같은 나지만 참 낯설다.
그래도 이만큼 자란 나야,
대견하다.
사랑스럽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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