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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빈틈
Oct 14. 2024
보이스피싱에 낚였다는 시아버지의 연락
문자 대신 전화하세요.
"여보세요?"
"애비야,
큰일 났다.
아버지가
문자에서 뭘 눌렀는데 그게 사기란다. "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3년 전.
그때만 해도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유치원생 남매 육아를 제쳐두고 직장에 다닐 시절이다.
퇴근 후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지만 친정엄마가 차려주신 따수운 저녁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아까 보내준 돈으로 일은 잘 봤어?"
5분 뒤, 엄마는 아빠를 붙잡고 거의 쓰러지다시피 우셨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빠져나간 돈이 돌아올 수는 없었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거래 은행 고객센터로 전화하면서 하나둘 일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너희 아버지가 어떻게 벌어서 모은 돈인데.
전화통을 붙잡고 일을 처리하는 내내 엄마의 통곡은 백색소음이 되어 있었다.
친정 부모님을 위로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고객센터와 통화하며 친정엄마께 되풀이한 말은 이 말 딱 한두 마디뿐이었다.
"엄마 목소리로 본인인증 해야 하니까 정신줄 꼭 붙잡고 있어. 실신하면 나 고객센터랑 전화 못 해!"
T의 진가가 여지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친정엄마의 돈은 모두 찾을 수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온 식구가 거머리처럼 이 일에 달라붙었고, 천운도 따랐고, 1년이라는 시간도 소요됐다.
그런데 그 일이 일요일 저녁 8시에 시아버지께도 일어난 것이다.
고속도로 1시간 거리의 그곳까지 남편이 혼자 가면서 얼마나 불안해할까.
아이들을
친정
부모님께
부탁드리고 우리 부부는
냅다
시댁으로
달렸다.
다행히 시아버지는 링크는 클릭했지만
다음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다음 일이 진행되려던 찰나 시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본인 연락처가 노출되었다 문자가 온 것이다.
그래도 3년 전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은 나는 휴대폰 초기화를 강력하게 권해드렸다.
그리고 주말에 우리 부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모바일 데이터를 끄고 전화만 쓰실 것을 당부드렸다.
양가의 맏이인 우리 부부는 부모님을 챙기며 참 다사다난하다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거의 하소연하다시피 한 질문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잠자리까지 이 질문에 대해 곱씹어보았다.
휴대폰이 처음 생길 때만 해도 전화와 문자에 감지덕지하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이제는 사람의 필요와 욕망에 의해 내가 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기능들이 마구 들어가 있다.
누르기만 하면 뭐든 보여주는 세상에서 의심 없이 링크를 누르는 일은 불가피해진 것이 아닐까.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휴대폰에 대해서 만큼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본질로 돌아가야 할 텐데
세상은 그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나에게는 세상을 움직일 힘 따위는 없다는 것 잘 알기 때문에 오늘도 양가 부모님께
문자 대신
전화를 드린다.
"오늘 별일 없으셨죠?"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요즘 다시 자녀 결혼이나 부고 문자로 어르신들을 노리는 스미싱 문자가 성행인가 봅니다.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왜 그랬냐고 호소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저 그런 문자를 안 보고 지우는 것이 상책입니다.
오늘은 꼭 양가 부모님께 전화드려 알려드리세요.
비 오는 가을이라 딱 부모님께서 적적해하기 좋을 날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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