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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15. 2024

도서관은 연중무휴라는 착각

늘 누군가를 위해 열려있는 어딘가


주말 사이 예약도서가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음 북클럽 책과 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 도서였다.

서둘러 운동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또 그 앞에서 나는 얼마나 생색을 낼지 상상하며 기분 좋게 차를 몰았다.


도서관에 나를 위한 책이 기다리고 있다니.

힘들여 찾을 필요 없이

친절한 사서 선생님이 미리 찾아놔 주셨다니.

그 덕에 생긴 여유시간을 읽는 시간으로 쓸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그 이상이었다.


톡톡.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가을비 오는 날 도서관 출타라니, 완전 러키비키잖아!'

추적추적 비 오는 날 외출을 극도로 꺼리는 내가 아니던가.

월요일 도서관 외출이 이렇게 좋을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번이 벌써 몇 번째 장날인가.

날 위한 책이 기다린다는 설렘과 낭만만 있고

정작 도서관 휴실일이 될 수 있는 월요일에 대한 경계는 전혀 없는 상태였다.

누구를 탓하랴.

안내판에 버젓이 매월 둘째, 넷째라고 적혀있는 것을.

아쉬운 마음에 벤치에 잠시 앉아있다 반납할 책만 무인 반납기에 넣고 발길을 돌렸다.




딱히 외출할 일이 없어도 하루에 한 번쯤 어딘가 콧바름은 쐬러 가고 싶었다.

답답한 집 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집은 내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주부에게 집은 한편으론 일거리가 산더미 같이 쌓인 곳이기도 했다.

좀 쉬고자 해도 자꾸 일거리가 눈에 밟혀 마음 편히 있기는 어려웠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나섰다.

그냥 걷자니 처량해 보이고

카페를 가자니 커피도 안 마시는 나에게는 큰 사치였다.

그렇게 고민하다 나선 곳이 동네 도서관.

딱히 빌릴 책이 없어도 텀블러에 티백 하나 넣어서 가볍게 나설 수 있겠다 싶었다.


매번 바쁘게 책만 빌려 나갔었는데 그날은 도서관에 좀 머무르고 싶었다.

함께 앉은 이들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자기 일에 열중이었다.

무언가 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뿜어지는 곳이었다.

나도 티백 있는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받아 자리를 잡았다.

신간도서 코너에서 손이 가는 한 권의 책을 뽑았다.

재촉하는 이 없이, 서두르는 것 없이 읽고 호흡을 고르며 잠깐씩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텀블러 한잔을 비우고서야 자리를 떴다.

하루하루 도서관에서의 시간이 쌓여갔다.

그곳은 늘 문을 활짝 열어 반겨주었다.

내가 책을 읽든 글을 쓰든 뭘 하든 그저 자리를 내어주었다.


어쩌면 오늘의 아쉬움 덕분에 내일 그곳이 더 반갑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학원을 마친 아이들을 태워 돌아오는 차에서

도서관이 휴실이라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꺼냈다.


"엄마, 도서관에서 나눠준 책갈피! 거기에 도서관 휴실일 나와 있잖아. 몰랐어?"


...

우리 딸이 나보다 낫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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