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엄마 있잖아요
실행
신고
라이킷
17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빈틈
Oct 19. 2024
엄마, 속옷 사이즈 뭐예요?
멀리서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
남편과 걸어가다 우연히 사람이 몰려있는 것을 발견.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까이 가보니... 이럴 수가!
비비ㅇ* 속옷 80~50% 행사
가
진행 중이었다.
(꼭 세일 때는 큰 숫자를 앞에 큼직하게 적더라)
"여보여보! 저기
좀 들렀다 가자
!"
동생들은 할머니 손에 맡겨지더라도
첫째였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심심치 않게
엄마 손을 잡고 여러 곳을 따라다녔다.
그중 한 곳이 정기세일 기간 백화점.
시골이지만 8층짜리 조그마한 백화점 하나는 있었다.
특별한 날이면 가족들이 함께 백화점 옥상에 있는
양식당에서 크림수프와 돈가스를 썰고는 했다.
배달음식은 물론, 외식도 가뭄에 콩 나듯 했던 터라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경험은
마치
신데렐라가 부엌대기에서
공주가 되는
이야기와 맞먹는 경험이었다.
엄마가 백화점에 가실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속옷매장.
아니, 이 만큼 샀으면 된 것 아닌가.
하다 하다 속옷 사는 것도 기다려야 하나.
다리도 아프고 동생들 없이 엄마 뒤만 쫓아다니려니
지겨워진 나는 엄마를 재촉했다.
"엄마, 여기 왜 와? 엄마, 아빠 속옷 있잖아."
"속옷은 좋은 것 사 입어야 해.
근데 좋은 브랜드는 제 값 주고 사면 비싸.
세일할 때 미리 사놓게 기다려봐."
그때 어린 마음에 엄마가 짠했는지 잠자코 기다리며
엄마의 말씀을 돼 내었다.
'속옷은 좋은 것 입어야 해.
좋은 속옷은 세일할 때 미리 쟁여야 해.'
어른이 된 지금도 종종 엄마를 모시고
백화점 나들이를 가는데
이제는 내가 나서서
속옷 행사 매장 찾아다닌다.
"엄마엄마! 저기 속옷 행사한다!"
"어머, 가서 너희 아빠 속옷도 좀 사고해야겠다!"
나도 이제 두 아이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내 옷은 가격표
만 보고
조용히 나
오
고
아이들 물건
만
몇 가지 사곤 했다.
씁쓸하다 싶을 때쯤
운 좋게 속옷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사 갖고 나오면
그래도 내 것 하나 샀다는 기쁨과 만족이 있었다.
우리 엄마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엄마, 지금 여기 비비ㅇ* 속옷
80% 세일한데! 필요한 것 있음 사갈까? 위? 아래?"
"그럼 브래지어 1~2벌만 부탁해!"
"근데 엄마 사이즈 뭐였지?"
급히 전화를 끊고 평소 엄마가 고르던 스타일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열심히 뒤적였다.
사진 찍어 엄마에게 보내주니... 합격!
그간 엄마와 함께 다닌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심 뿌듯했다.
우리 아이들도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겠지?
먼 훗날
할머니가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도
나
에게 속옷 사이즈를 물어봐줄까?
멀리서도 서로를 생각해 주는 가족으로 남을 수 있을까?
속으로 어른이 된 아이들의 목소리를 상상해 본다.
"엄마, 속옷 사이즈 뭐야?"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keyword
속옷
엄마
세일
빈틈
소속
사브작북클럽
직업
에세이스트
이 곳이 부디 누군가에게 '나'를 찾는 쉼터가 되기를.
구독자
200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뽑기 해도 돼요?
엄마, 오늘은 혼자 걸어갈래요.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