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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Oct 11. 2023

당신은 정말로 아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나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진실

오늘 하마스가 영유아를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와서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기사 댓글란에는 하마스를 비난하는 글들로 가득합니다. 저 역시도 같은 마음입니다. 우리는 분쟁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이런 어린아이들마저 희생당한 것을 진심으로 애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으신가요, 아니면 하마스를 비난하기 위한 핑곗거리로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인지요? 이런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간 이스라엘이 죽인 어린아이들의 수가 몇 곱절 이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선제공격'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어린이가 547명이나 죽었습니다. 혹시 지금 하마스를 비난하시는 분들은 그때 이스라엘의 만행에도 분노하셨나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은 지난 반 세기 동안 꾸준히 계속된 식민 정책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스라엘 아이들이 죽을 때만 선택적으로 분노하시는지요?

547 children killed in Israel's 2014 war on Gaza: NGO


사진. 베들레헴 인근 아이다 난민촌에서 건립한, 2014년 이스라엘에 학살당한 아동추모비


지난 8년간 '1948년 이전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역사가로서 말하건대, 제가 본 모든 기록들 중에서 처음으로 어린이가 살해당한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범인은 여러분의 상상과 달리 유대인입니다. 팔레스타인인이 아닙니다. 영국의 해이크래프트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921년 6월 야파 소요 때 유대인들은 어린 여자 아이의 머리를 도끼로 찍어서 갈라 버렸습니다. 다음은 제 책에 나오는 관련 내용입니다.


소요는 경찰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국의 요청으로 야파의 시장을 비롯한 아랍 명사들이 군중을 진정시키고자 나섰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오직 군대가 투입된 이후에야 군중을 해산시킬 수 있었다. 그날 밤은 더 이상의 피해 없이 고요히 지나갔다. 그러나 날이 밝자마자 전날의 복수를 결심한 유대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랍인이 사는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이 문을 열고 나오자 총으로 쏴 죽이고 아기를 다치게 했다. 또 다른 유대인 무리는 아랍인 주택의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남성에게 총을 쏘고 폭행했다. 이를 본 어린 딸이 놀라서 아빠를 구하러 달려오자 도끼로 그녀의 머리를 찍어 갈라 버렸다. 남은 가족들도 이어서 폭행을 당했다. 아랍인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영국군은 거리로 나온 군중을 곧장 해산시켰지만,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충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출처: Great Britain, Cmd. 1540, Palestine Disturbances in May 1921: Reports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with Correspondence in Relation Thereto, 29-34.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만 차별적으로 냉하신 분들은 분쟁의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있기 때문이라고 변론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역사나 식민 지배의 실상에 대해서 제대로 아시는 경우는 없지요. 사실, 이번 하마스의 침공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역사와 현재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 이스라엘 지지, 팔레스타인 비판 (과반수의 국민)

2.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향을 뺏고 이스라엘을 세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 -> 팔레스타인 지지 또는 중립

3.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식민 지배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 팔레스타인 지지, 이스라엘 비판

4. 이스라엘이 영국의 팔레스타인 강제지배의 결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 팔레스타인 지지, 이스라엘과 영국 비판


이-팔 분쟁에 대해서 누가 잘못했는지를 판단하려면 반드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전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모든 종류의 불법 행위 - 아동 학살 포함 -를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포장하고, 우리나라와 서구 국가들은 이를 열렬히 두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1948년 이전의 역사가 매우 세밀하게 연구되었고 또 어느 정도 잘 알려졌습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스라엘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 덕분이고요. 그러나 국내에는 그동안 이런 책이 한 권도 없었습니다. 제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 교보문고에서 발간된 한국인이 쓴 모든 서적을 조사해 본 결과 1948년 이전의 역사는 70여 페이지가 최대 분량이었습니다.


우리 사회, 나아가 우리 정부의 친이스라엘, 친식민주의 정책을 끝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커리어도 생계도 다 포기하고 지난 8년 간 역사 연구에 매진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과연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 책을 읽어보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노력이 하나둘 모여야 우리 사회가, 나아가 세계가 평화롭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서구 언론을 그저 뺏겨 쓰기만 하는 뉴스 보도만 읽고서 식민주의를 찬양하고, 이스라엘 사망자만 애도하는 것은 분쟁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면 - 설사 그게 백인의 생명만을 옹호하는 차별적인 애정이라 할지라도 - 진실을 배우고 주위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태도를 개선시키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누군가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짓은 계속될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피해자가 언젠가는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힘으로 억누르기만 하면 된다는 이스라엘의 부정의하고 안일한 사고는 앞으로도 양측의 희생자를 부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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