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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하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꼬불꼬불 이상한 골목길로 안내한다든가, 도저히 차가 갈 수 없는 급경사 오르막길을 가르쳐 준다든가 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일을 겪으면 과연 이 내비게이션을 믿을 수 있나, 과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우리 주위에는 내비게이션이 많다.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이 ‘인간 내비게이션’은 전원이 잘 꺼지지도 않는다. 끝까지 옆에 붙어서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고 강요한다.
그들이 ‘안내’하는 ‘경로’가 그냥 의심스러운 수준이면 그래도 다행이다. ‘안내’ 대로 따라가기가 너무 벅차거나, 원하는 방향이 전혀 아닐 때도 많다. 그리고는 그 길이 ‘최적길’이라며 우기고 다그친다.
이 인간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도 자기 마음대로 설정한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길이고, 누구를 위한 목적지인지는 묵살되고 만다.
이런 내비게이션 논쟁은 가까운 관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무조건 저 피라미드 꼭대기로 가라고 자식들을 강요한다.
원하지 않는 특목고, 원하지 않는 발레, 원하지 않는 의대, 원하는 않는 공무원 시험…….
빗나간 애정에 의해 설정된 빗나간 경로는 자칫 차를 탈선하게 하거나, 낭떠러지 막다른 길로 안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