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쓰다. 처음 커피를 마셔 보는 아이들은 인상부터 쓴다. 이런 걸 왜 마시냐고. 그런데 이유가 있다. 괜히 폼 잡으려고 마시는 게 아니다. 계속 마시다 보면 그 쓴 맛이 이상하게 자꾸 생각난다.
그냥 쓴 맛이 아니다. 쓰면서도 향기롭고, 쓰면서도 달달하고, 쓰면서도 희열이 느껴지는…… 그런 쓴 맛이다.
쓰디쓴 그 맛에 익숙해지면 제기랄……, 헤어날 수 없다.
인간은 묘한 데가 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면 엄청난 대가가 주어질 거라고, 나에게 큰 선물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참고 견딘다.
목표를 이루기만 하면 다시는 그 고통과는 ‘빠이빠이’다, 놀고먹으며 ‘탱자탱자’ 살리라 생각한다.
대학만 붙으면 책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다, 금메달만 따면 바로 은퇴다, 이 프로젝트 대박 나면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놀며 살 거다…….
하지만 그 쓴 맛을 어찌어찌 견뎌내고 목표를 이뤘다 싶으면 딴생각이 든다.
결코 ‘빠이빠이’가 안 되고, ‘탱자탱자’도 안 된다.
행복도 잠깐이다. 이게 아니다 싶다. 뭔가 허전하다.
고통은 그 자체로 대가다. 고통 그 자체가 희열이다.
공부 좋아하는 놈은 평생 공부가 답이고, 진정 배우는 늙어 쓰러질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또 다른 고통 속에서, 숨이 턱턱 막혀오는 바로 그 순간에 느껴지는, 향기롭고 달달한, 그래서 희열마저 느껴지는 죽도록 못 잊을 그 쓴맛이 바로 그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