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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르겠다.
타우린이라는 성분이 그동안 우리의 피로를 얼마나 풀어주었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이겨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긴 한 건지, 60년 동안 온 국민이 마시는 바람에 지금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사랑의 표시로, 존경의 표시로, 때로는 잘 봐달라는 뇌물로 건네주던 이 달달한 음료가, 피로를 풀고 활력을 되살리고 인생사까지 술술 풀리게 해 준다고 진짜 믿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집값은 치솟고 빈부 차는 벌어지고 밤낮 일해도 별반 나을 게 없는 현실을 겪어본 우리는 다 안다.
가족 간에, 친구 간에, 이웃 간에, 동료 간에, 심지어 라이벌 간에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경험상 안다.
하지만 그 위로와 격려라는 것이 어떻게 인체에 작용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분명 효과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것이 ‘플라세보 효과’라도 효과는 효과다.
이 달달한 음료의 환상적인 ‘효능’을 믿는 사람이 이제는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린 나에게, 몸살 같은 것은 단번에 나을 거라고, 약 대신 건네주던 어머니의 말씀이 진짜였다고 믿고 싶다.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다면, 이 터무니없는 마법의 힘을 끝까지 한 번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