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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Feb 16. 2020

단어의 진상 #25

그래 이 맛이네     


살다 보니

별거 없었네

     

언제는 그렇게 달달하다가도

속이 쓰리게 짜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도록 매운 거였네

     

그것이

그 달고 짜고 매운 것이

땀내마저 베어나는

그 모질게 뜨거운 것이

인생이었네   

  

바로 이 맛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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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진상의 진상> 짬뽕     


짬뽕의 맛은 ‘짬뽕’이다.

배추며 고추며 버섯 같은 온갖 채소에, 홍합이며 오징어 같은 해산물에 돼지고기까지. 이것저것 온갖 것을 쓸어 담아 ‘짬’을 한 ‘잡탕’이 바로 짬뽕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 맛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근본을 알 수 없는’ 맛이 묘하게도 당긴다. 

잡다한 재료를 뒤섞어 우려낸 그 맵고 짜고 달달한 국물이, 그 버라이어티한 감칠맛이 진정한 짬뽕의 맛이다.          

인생이 한결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다 보면, 낙방을 하고, 승진은 멀어지고, 파산 직전에 이르고, 믿었던 사람은 도끼로 발등을 찍고, 가족은 원수가 되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모두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고, 그래서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엉망이고 모든 게 뒤죽박죽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뒤죽박죽 인생이, 그 쓰리도록 맵고 짠 경험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눈물이 날만큼 뜨거운 인생의 맛을 봐야 인간은 성장한다.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인생은 비현실적이다. 그런 인생은 맹물 같은 인생이다.      


나에게 남은 것이 보잘것없으면 어쩔 건가. 찌꺼기 같은 재료만 남았으면 어쩔 건가. 

뒤죽박죽 엉망인 잡탕 같은 현실 속에서 우려낸, 그 달고 짜고 매운맛이, 그래서 감칠맛마저 감도는 그 뜨거운 맛이 진짜 ‘짬뽕’의 맛이다. 

인생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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