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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Apr 19. 2020

단어의 진상 #30

우연히 당신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려다가

그냥 모르는 체하기로 했습니다     


티 하나 없는 맑은 하늘

꽃무늬 원피스에 손에는 아메리카노

당신은 마냥 웃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는지

또 내일은 어떡할 건지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붉은 노을이 지는 해변

하얀 벤치에 앉아

이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웃고 있으니까요     


안부는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웃고 있으니까요

지금 그대로 영원할 것처럼

그렇게 웃고 있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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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프사


<진상의 진상> 프사     


프로필 사진을 보다 보면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슬퍼 보이거나 힘든 일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저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단란한 일상을 보내거나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거나 하다못해 산책길에 찍은 꽃 사진 하나에도 행복이 넘쳐 보인다.     


인생이 어찌 마냥 행복하기야 하겠나. 

아팠던 어제, 고단한 오늘, 불안한 내일이 왜 없겠나. 

그래서 프로필 사진 속 그대의 모습은 역설적이다. 

행복해 보이면 보일수록 그 미소 뒤에 감춰진 현실의 그림자가 꿈틀댄다. 

그래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슬퍼진다.    

 

그렇다고 프로필 사진이 무슨 사기라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한 그대의 모습이다. 그대가 꿈꾸는 그대의 모습이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그대의 미래이다. 


그러니 현실 따위는 잠시 던져버리고 햇빛 환한 창가에 서보자. 

노을 지는 벤치에 앉아보자. 그리고 이 세상 다 가진 미소로 웃어보자.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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