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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Aug 02. 2020

단어의 진상 #45

어제는 그렇게 꿀맛이더니

오늘은 이렇게 쓴맛이네     


언제는 그렇게 죽을 맛이더니

이제는 살살 녹는 살맛이네     


내 탓인지

세상 탓인지

아니면 그저 

맛 탓인지    

 

알다가도 모를 맛이네     


이 맛 때문에

내가 산다   

  

죽지 못하고

내가 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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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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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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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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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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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의 진상> 술     


해가 지고 속이 허전해 오면 어쩔 수가 없다. 

목이 탈 때 들이키는 소맥 첫 잔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비 오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가 진리고, 여름밤에는 먹태에 생맥주가 또 진리다.     


이 맛에 산다며, 그렇게 달리다 보면 결과는 뻔하다. 죽을 맛이다. 

다시는 안 마신다며 힘들어하다가 또 밤이 찾아오면 슬슬 목이 탄다. 

이 무한 반복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다.      

   

괜찮은 기획이 하나 들어온다.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덥석 문다.

아뿔싸! 그 순간부터 일에 일이 꼬이고 사건에 사건이 터지기 시작한다. 

매 번 그랬다는 걸 알면서 내가 왜 이 짓을 또 시작했을까…….      


고생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꽃길만 걸을 거라고 죽자고 덤벼들었다가, 힘들다고, 내가 미쳤다고, 울며불며 후회한다.

그러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은 희망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이 무한 반복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끊을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다.

죽을 맛만 나면 이 세상을 어떻게 견뎌낼 것이며, 살맛만 나면 그건 또 얼마나 비현실적인 인생인가.

지나고 돌아다보면 결국 그저 그럴 인생. 

피할 수 없다면 그렇게 일희일비하면서 즐기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아, 비도 부슬부슬 오니 갑자기 술이 당긴다. 딱 한잔 할까?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그냥 자?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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