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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최성일
Sep 13. 2020
단어의 진상 #49
길은 어둠 속으로 뱀처럼 휘어지고
검은 비바람이 좀비처럼 덮쳐왔다
세상이 덜컹거릴 때마다
인생도 흔들거리고 있었다
떠나고 남는 것은
하늘의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체념이라도 한 듯이
낯선 이의 어깨에 기댄 채
죽음 같은 쪽잠이 들었다
아무도 누구에게 아무도 아닌 사람들
모두가 모두에게 모두인 사람들
나란히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검은 눈물이 좀비처럼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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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진상의 진상> 시내버스
마지막 시내버스의 차창 밖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는
삐걱
거리며 힘겹게 빗물을 털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듯 눈을 감고는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 이 사람들은 이 늦은 시간에 어디서 무얼 하다가 돌아가는 것일까. 저마다 무슨 사연을 품고 있는 것일까?
승진한 친구가 사준 술이 왠지 독해서 졸음이 쏟아지는 50대 직장인.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다 돌아가는 20대 취업준비생.
식당일을 끝마치고는 남은 반찬통을 품에 앉고 잠이 든 60대 아주머니.
치매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셔놓고 왠지 마음이 휑한 40대 주부.
오늘 하루를 공치고는 걱정이 태산인 60대 노점상 아저씨…….
다수의 아버지와 다수의 어머니
다수의 아들과 다수의 딸
다수의 땀과 다수의 눈물
다수의 미련과 다수의 체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로에게 아무도 아니고 서로에게 아무도 되어줄 수 없는 공간.
하지만 결국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알고 보면 서로의 꿈과 현실, 희망과 눈물이 씨줄 날줄처럼 얽혀있는 사람들.
흔들리는 이 세상에서 기댈 것이라고는 서로의 낯선 어깨뿐인 사람들…….
그래서…… 너무나 닮은 우리들.
마지막 시내버스는 그렇게, 서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실은 채, 덜컹거리며 어둠 속으로, 세상 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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