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알기란 참 어렵다.
나의 눈은 하루 종일 밖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판은 이게 문제고, 경제는 저게 문제고, 이 프로젝트는 이래서 안 되고, 저 프로그램은 저래서 안 되고, 이 사람은 참 약아빠졌고, 저 사람은 재수 없고…….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는 일에 도가 튼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세상일로 괜히 바쁘던 어느 날,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참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간일까?
바깥세상을 바라보던 눈으로 나를 정확하게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그 잘난 판단력이 흔들린다.
나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일까? 매력이 있을까? 평범한 사람? 무능력한 사람? 한물 간 선배? 아니면 아무도 관심 없는 존재……?
그동안 그나마 잘 살아온 것일까? 아니면 괜한 헛짓만 하며 살아온 걸까?
점수로 치면 몇 점일까?
그 잘난 눈으로 아무리 나를 들여다봐도
현재의 나는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짐작하기가 겁이 난다.
이만큼이나마 살아온 것도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지만 선뜻 자신이 안 생긴다.
그 혼란이, 그 불안이 나 자신을 보는 걸 두렵게 만든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더 이상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세상을 바라보던 그 잘난 눈이 부담스러웠다.
나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아니,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