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람독서

온마신우(온라인에서 말타고 노는 새 친구)

사람 독서_돈을 만드는 N잡러의 사람을 모으는 기술

by 겨자씨앗

SNS 인증 프로젝트가 대세다. 새벽 기상, 운동, 감사, 독서, 글쓰기, 마인드맵, 그림 그리기, 자녀 코칭까지 루틴 습관을 만들기에 열심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멀리, 즐겁게 가는 길임을 알기에 한 때,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마인드맵을 한달 동안 100개를 그리는 단톡방이었는데 100여 명의 사람들이 자유 주제로 마음껏 올렸다. 피드백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그저 색연필을 칠하며, 그림 그리는 것은 1%도 관심 없던 내가 중심 그림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고심하며 그림도 글로 그리는 시절이었다. 유독 예술작품처럼 그리는 몇 분이 있었다. 이건 실용적이라기보다 작품 화보집 같았다. 이런 능력은 천부적이라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또한 성실성의 대가답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분량을 채우는 사람, 기획력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분도 계셨다. 나는 한달 맛보기만 하고 끝낼 계획이었다. 인증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루틴을 장착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소위 '인증에 휘둘리는 삶'은 싫었다. 이제 이 단톡방도 굿바이 하려는 찰나에 100여 명이 있는 방에 어떤 아무개님이 "이 습관을 지속해 나가실 분~~ 제게 말씀주시면 따로 방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인연이 지금까지 2년 동안 이어졌다. 모든 인증 단톡방은 다 정리하고 눈팅 중이지만 이 방은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르게 됐다.

11명 정도가 모였다. 청일점 '아웃풋하는 남자'에 홍일점 10명이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직장인, 주부들이었다. 운동, 필사, 독서, 기상, 마인드맵을 인증하자며 '운필독기마(기운방)'란 이름으로 출범, 매월 독서토론을 이어갔다. 한 달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닌 인생 장거리 길이기에 자신의 걸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하면 하는 대로 편안하게 이어졌다. 그렇게 1년 여를 걸어오면서 무언가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가 탄생하기 시작했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 생겼다. 2년이 지나자 TV 프로그램 출연, 유튜브 강의, MKYU(김미경 대학) 강사, 잡지 기고, 자격증 취득과 학업 시작, 창업과 부업에 이르기까지 본업 외 부캐의 영역이 늘어났다. 그리고 드디어 2021년 6월, <돈을 만드는 N잡러의 사람을 모으는 기술>을 출간한 '작가 1호'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눈부시게 빛나는 우리들이었다.


이제는 끈끈한 사이가 되었지만 한때 나는 가출했었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른다. 그저 대전, 부산, 인천, 부천, 광주, 화성, 서울 등지에 살면서 평생 얼굴을 대면하는 날이 오긴 올까. 온라인이란 한계가 있지. 어떻게 친구가 되며, 인연이 되며, 관계를 이어가겠어~ 그냥 '나가기'만 한 번 누르면 아무도 찾지 않고, 잊힐 존재일 뿐인데. 내가 허용하는 만큼 볼 수밖에 없는 가면에, 결국은 자아 성취를 위하여 만나게 된 이기적 사이일 뿐, 슬프고 힘든 일을 나누지도 못하는데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허울뿐 아닌가. 어쩔 땐 자극받다가도 자신의 추함과 도태되는 것을 차마 밝히기 싫어서 올라오는 소식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잠수 타고 싶은 마음 말이다. 내가 너무 의미를 부여했지. 그저 온라인일 뿐인데... 이제 이것도 이 정도만 자극을 얻었으면 됐어. 아쉽지만 가야할 길이 다르니 여기까지다. 생각하고 '나가기'를 눌렀다. 그런 방이 한 두 개이던가. 카톡창에서 수없이 뒤로 밀려나는 방들, 아예 잊힌 방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연을 끊고, 코로나가 창궐하고, 또다시 '나'라는 존재에만 파묻혀 지내던 어느 날, 문득 궁금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웠다.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마음,

함께 성장을 기뻐하고 응원해주던 격려,

소박하지만 작게 한걸음 내딛는 소소한 것들.

이것은 '돈'으로도 '이기심'도 '수단'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른이 되고 친구를 만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는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동경이나 동정으로는 선하고 좋은 관계가 이어지기 힘들다. 도시적 대중의 삶, 네트워크로 수많은 팔로워와 오픈채팅방, 서로이웃 친구를 잇지만 그 안에 따스함과 정스러움은 없다. 많은 것들을 소비해내지만 생산하는 관계는 없다. 좋은 말 잔치는 있지만 나를 알아주는 말은 극히 드물.

가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맞이하듯, 그들은 "이게 웬일!"이라며 드디어 온 것이냐며, 올 줄 알았다며, 얼마나 섭섭했는지 아냐며 흔쾌히 맞아주었다. 오프라인에서라면 밥을 사야 하는 자리였건만. 그렇게 다시 품으로 돌아왔고, 빛나다님의 첫 출간 파티를 참여할 수 있었다.


작가북토크 시간에 하게 되는 책 소개와 내용, 멋드러진 의미와 정신, 포장과 홍보 이런거 없었다. 출간 작가 빛나다님은 뿌듯함과 감격이 분명 있지만 정작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오히려 허탈하고 헛헛한 기분이 든다며 진솔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기술, 스킬 같은 방법은 없으니 사소한 것부터, 지금 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며 "우리 2년 전 어떤 모습이었는지 서로 알고 있지 않나. 내가 이렇게 되었는데 누구라도 할 수 있다"며 깊고도 큰 울림을 전해주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들이, 행복하고 따스하게, 박장대소하며 마음 깊이 기뻐해 주고 손뼉 쳐줄 수 있는 단체톡방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백수가 되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소소한 것들을 주고받고, 유명인이 되어서도 그저 밥상머리 마주 앉아 수다 떠는 격의 없는 사이가 되었음 싶다.


아웃풋하는 남자, 괴짜 신사임당, 빛나다, 비타min, 책날개, 촤그맘마, 숲을이룸, 윤스타그램, 큰언니, 강철맘님...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 덕분입니다..


온라인에서 어디선가 이 이름을 듣게 되는 이들도 점차 생겨날 것이다. 프로를 향하여 달려가는 중이니까.


1년에 한두 번 만나게 되는 대나무 말 타고 놀던 옛 친구, 죽마고우도 너무 좋지만,

온라인 상에서 말 타며 놀고 있는 새 친구들도 신선하고 좋다는 것을 나름 신기하게 여기며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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