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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자씨앗 Jul 10. 2022

평정심

영성일기 3화

오늘도 나의 평온한 마음이 마구 흔들린다. 사실 별것 아닌 일이다.


현관문을 열고서야 준비하기 시작할 때,

수건을 제대로 걸어두라고 수백 번 말해야 할 때,

빨리 일어나라고, 빨리 자라고 채근할 때,

단 것 많이 먹을 때, 쓸데없이 돈 쓸 때,

아이들이 서로 비방하며 싸울 때...

하루에 수십 번 오고 가는 감정에 나는 고요하기만을 바란다. 그럴 수 없는데.


오랜만에 서점에 가보니 눈에 띄는 책 제목이 '감정이 나를 휘두르지 않게'다. 목차는 이렇다.


"오늘도 화가 치밀어 올라."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

"나는 이것밖에 안돼."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나는 분명히 하지 못할 거야."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어."

"내가 견뎌야지. 어쩌겠어"


나를 흔드는 것은 외부인데, 내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감정은 선도 악도 아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도 엄청 진노하셨고, 예수님도 슬퍼하사고 안타깝게 여기셨다. 화 내면 안돼. 그건 가장 부정적인 대응이다. 화가 나는걸, 우울한 걸, 억울한 걸, 슬플 걸 어찌하겠는가. 내 마음이 의욕도 넘치고 여유가 있으면 대처하는 것도 한 발짝 떨어진 마음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같으 일이라도 거슬리고, 짜증나고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오늘 나, 상태 안 좋거든! 하며 감정을 폭발할 때가 있다. 남한테 푸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님을 수차례 경험했다.


어떻게 오늘도 내 마음이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 같을 수 있을까. 명상이나 묵상하면? 릴렉스한 상태를 만들면? 우선 순위를 처리하고 시간이 남아있으면? 좋은 음악을 듣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면? 분명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상황, 모든 상황에서 다스리게 됨을 말한다.


감정은 인정하되 해소를 제대로 하는 것.


바이올린 수업인데 바이올린을 현관문 앞에 두고 온 아들. 순간 비슷했던 지난 과거들이 스치면서 "너는 맨날 그런 식이야.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네 것 좀 잘 챙겨. 군인이 총 없이 싸우는 것과 같지. 학생이 연필이 없어서 시험을 못 치르는 거랑 똑같아.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오늘 수업은 그냥 앉아만 있어."


아들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요즘 빠져 있는 포켓몬 카드 때문이야. 정신을 어디로 팔고 있는 건지. 혀를 끌끌 찬다.  


사실 방법은 있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가 집에 빨리 가서 가져오거나, 그날 수업은 빠지거나...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여분 바이올린을 빌려주셨으니 잘 해결된 셈이었다. 아이에게 상처 줄 그 순간을 넘기고, "네가 깜빡했구나. 엄만 1주일에 1번 있는 수업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네가 좀 더 신경 쓰지 않은 것도 화가 난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생님께 여쭤보자."라고 했었다면 아들도 자책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감정이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평온함을 빨리 되찾을 수 있을까?


일단은... 먼저 침묵하기로 한다.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하기로 한다. 잠시라도 기도한다. 주님께 맡긴다. 주님... 이 상황을 어찌하지요... 묻는다.

나쁜 말이 나갈 것 같으면 그냥 입을 다문다. 영혼을 긍휼히 바라본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모든 상황은 배움의 기회다. 우리는 실패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나는 어떤 말씀을 경험할 수 있을까.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무조건 감사하고 보는 거다. 감사는 공격 무기다. 감사는 위기에서 더 빛난다. 없어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때에 반사신경처럼 나와야 하는 것은 "주여, 감사합니다."다.

나는 망막에 황반 모세혈관확장증이란 질병을 받았을 때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실명이 아닌 것이 감사하고, 지금이라도 발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이가 도벽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에도, "감사합니다.."를 먼저 했다. 더 심해지기 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고, 아들이 죄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다시는 하지 않게 된 것에 감사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여러 번 위기를 맞을 때도, "주님, 감사합니다. 남편이 이 일로 기도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최근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 채널에서 본인이 교회에 가게 되었는데 믿음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4가지로 기술했다.

자기 객관화.

기버(giver)의 삶.

강한 회복탄력성.

버팀목.


평정심을 누리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내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되는 인생이 아님을 인정하면 제3의 시선이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기도하게 되고, 우울함과 어둠과 그늘이 물러간다. 그분 손에 있는 인생이니까. 이 모든 것을 보고 계시는 분이 계시니까.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아시니까. 나의 감정을 잘 알아주시니까. 매일 밤 평안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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