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치열한 보톡스 전쟁

보툴리눔 톡신 균주 소송 1심 완패한 대웅제약, 향후 이슈는?

by Bio IF
이슈 요약
105549_104291_4354.jpg 출처: 대웅제약

메디톡스(Medytox)가 대웅제약에 자사의 영업비밀 침해로 낸 소송에서 소송제기 5년만에 1심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계통분석 결과와 간접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원고(메디톡스)의 균주와 피고 대웅제약의 균주가 서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피고 대웅제약이 원고의 영업비밀 정보를 취득, 사용해 개발기간을 3개월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웅제약에 메디톡스에 균주를 넘기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도록 판결했다. 아울러 대웅제약과 대웅이 보툴리눔 균주 관련 제조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총 400억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즉,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음을 인정하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Point 1. 보톡스, 보툴리눔 톡신의 특수성


일반인에게 흔히 알려진 보톡스의 정확한 명칭은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독성단백질의 일종으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막는 독소이다. 이것이 인체에 들어갈 경우, 신경 마비가 일어나서 사람을 죽게 만들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실제로 성인 기준 보톡스의 치사량은 12-18ng이며, 150g 정도면 전 인류를 죽게 만들수도 있는 물질이다.


출처: 포토파크닷컴

그러나 치사량의 1/30정도를 사용할 경우, 근육을 일시적으로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주름을 개선하는 미용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져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미용목적으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이 독소인 만큼, 각국 정부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로 보툴리눔 톡신을 분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 관리법)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보톡스 개발을 위한 균주 역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균주를 획득하는 절차 또한 매우 까다롭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보톡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이번 소송도 균주와 관련된 이슈로,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얻었다고 밝히고 사업을 전개했으나, 메디톡스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Point 2. 에볼루스와 대웅제약,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현재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의 최대 수출국가는 북미이다. 그리고 북미의 나보타 판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에볼루스(Evolus)이다. 에볼루스는 대웅의 나보타 판매를 위해 설립된 회사로 주요 매출 역시 나보타 판매이다.


268246_1.jpg 출처: 대웅제약 공식홈페이지

나보타의 경우, 해외 수출 비중이 국내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자칫 이번 판결이 국내에 한정된 소송으로 나보타의 해외수출과는 연관이 없어서 대웅제약에 매출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중요한 부분은 대웅제약의 나보타 제품군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로 균주는 물론 반제품 및 완제품까지 모두 반납하게 된다면,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국내에서 생산할 방법은 사라지며, 수출 역시 불가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2021년 2월 있었던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간 합의이다. 2019년 메디톡스는 파트너사인 앨러간과 손잡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으로 제소하였고, 2020년 12월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해 21개월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한순간에 사업이 막힌 에볼루스는 이 과정에서 앨러간, 메디톡스와 합의를 추진했다. 에볼루스의 지분을 앨러간, 메디톡스에게 지급하고, 대웅제약의 나보타 (현지 상품명 주보)를 판매하는 대신, 일정 로열티를 메디톡스와 앨러간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출처: 에볼루스

에볼루스와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 이후 즉각 해당 합의를 제시하며 나보타의 미국 수출은 메디톡스와 합의가 끝난 사안으로 이번 민사 판결과는 연관이 없으며, 나보타의 수출은 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 이 주장대로라면 나보타의 상업화 권리는 에볼루스에 있으며, 수출에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웅제약의 톡신 제품 생산 자체가 불가한데, 상업화 권리가 무슨 소용이냐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즉, 법이 먼저냐, 합의가 먼저냐의 해석의 싸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Point 3. 끝나지 않은 법정 공방


출처: dart 전자공시

하지만 이번 민사 판결은 1심에 불과하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 이후, 재판부의 오판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심을 신청할 것으로 밝혔다.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양 회사 모두 보톡스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매우 높은 확률로 2심 이후 상고까지 이어져 대법원 판결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심 이후,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그리고 대웅제약도 이에 맞서 지난 2월 15일 강제집행정지신청을 진행, 17일 이것이 인용되어 대웅제약은 우선 급한 불은 껐다. 이를 통해 항소심 판결이 나기까지 나보타는 정상 생산 및 수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리스크가 2심 이후로 이연된 것일 뿐 여전히 법정공방으로 인한 리스크는 존재하고 있다.




Point 4. 휴젤 등 타 제조사와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공방 점화
(feat. 감염병 예방법)


이번 민사판결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2개 회사간의 싸움이었으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로 법정공방이 번져 나갈 여지가 많다. 메디톡스가 이번 판결 이후,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하여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외에도 휴젤을 ITC에 균주도용 진위 여부와 관련하여 소송을 진행중이다. 2023년 11월 예비 판결, 2024년 3월 최종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2028464_2033248_2032.jpg 휴젤 (출처: 휴첼 공식홈페이지)


현재 다수의 국내 보톡스 업체 중, 균주의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진 업체는 메디톡스와 제테마 두 곳 뿐이다. 메디톡스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Hall A 균주를 분양 받았음을 밝혔으며, 제테마는 영국 공중보건원 NCTC로부터 상업용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균주를 받았다. 이외 다른 업체들의 균주 출처는 불명확하다. 국내 보톡스 1위업체 휴젤은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된 음식물서 배양 하였다고 밝혔으며, 대웅제약은 용인시 처인구 토양에서 발견, 휴온스는 바이오토피아라는 업체로부터 획득하였다고 밝혔으나 바이오토피아 역시 현재 명확한 균주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직접 엄격하게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하고 있는 가운데, 토양, 음식물 등에서 톡신을 배양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주요 국가들이 엄격한 관리 기준을 두고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균주 등록을 신고제로 운영하여 기업의 시장 진출이 용이했고, 해외에 비해 유독 국내에서 시장 규모 대비 허가받은 보톡스 업체들이 훨씬 많은 점도 조사해볼 여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목 없음.png 출처: 법제처

정부에서도 지난 2022년 11월 감염병 예방법 시행을 통해 생물테러감염볍병원체의 보유 허가를 받은 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법률을 신설, 향후 강한 제제를 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남은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이 향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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