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리저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애매한 포지셔닝은 성공할 수 있을까?

by InterD

스타벅스 리저브가 국내에 론칭한 것도 5년이 되었다. 초기에는 드립 커피 위주였고 블랙이글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비한 매장이 확산되면서 에스프레소 음료도 가능해졌다. 외부인으로서 바라본 리저브 매장은 스타벅스의 고민이 많이 녹아있는 곳 같다. 최근 10년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블루보틀과 같은 커피전문점도 급성장했는데 비교적 싼 원두의 다크 로스트를 사용하는 스타벅스의 커피 맛은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지만 매력은 없다. 이에 스타벅스는 리저브를 통해 점점 고급화되고 있는 커피 수요자의 입맛에 맞춰 싱글 오리진 원두를 기본으로 한(에스프레소용은 블랜드) 다양한 추출방식을 제공하여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 보인다.


대한민국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공급이 인구 대비 높은 편이다(출처: 조선일보 2019. 4,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한국이 인구 대비 세계 1위)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제공하는 추출방식은 매장마다 구비한 기기 차이로 조금씩 다르지만 신규 매장은 대부분 6개로 굉장히 다양하다. 아마 국내에서 단일 매장이 이런 다양한 추출방식을 제공하는 곳은 리저브 외에 드물 것으로 보인다. 리저브 매장은 사이폰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하다.

스타벅스 리저브 추출방식(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웹사이트)




한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큰 특징이 있는데, 일반 스타벅스 매장에 리저브바가 붙어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저브 메뉴와 일반 메뉴를 주문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고 리저브 메뉴를 주문한 사람들을 위한 좌석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혼잡한 시간대에는 여기도 꽉 차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공석이 있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리저브바를 위한 독립 공간과 차별성은 있으나, 많은 경우 리저브바 전담 파트너분은 없다. 리저브 매장에서 일하는 파트너는 대부분 검은 에이프런의 스타벅스 커피매스터인데 시간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리저브바와 일반 스타벅스 POS 쪽을 겸직(?) 하시는 편이다. 종로R점과 같은 리저브 특화매장이나 파미에파크R점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리저브 전담 파트너가 있겠지만 여러 리저브바를 이용해본 결과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매장 운용 측면에서는 당연한 거고 '그래서 뭐?'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리저브 경험을 상당 부분 저해시키는 것이라 본다.


스타벅스 리저브의 드립 커피류는 2019년 연말 기준 6,000원이 최저가이다. 추출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스타벅스의 '내린 커피'인 오늘의 커피는 3,800원으로 2,200원의 차이가 있다. 연말 한정 크리스마스 2019 블랜드를 보면 라떼가 7,500원(에스프레소 2샷 기본)으로 일반 라떼 4,600원(에스프레소 1샷 기본)에 비해 무려 3,000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 크리스마스 블랜드는 스타벅스 일반 다크 로스트에 비해 산미도 높은 편이고 풍미가 좋아 라떼로 마시기 좋다. 하지만 3,000원 차이를 감수하고 매일 마시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고,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바리스타와 같이 맛을 감별하는 분들은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커피가 좋아서 다양한 커피를 소비하고 싶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부담이 크다. 올해 리브랜딩된 투썸의 '아로마노트'나 리뉴얼된 파스쿠찌의 '골든색(Golden Sack)' 원두는 일반 스타벅스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더 좋은 플레이버와 바디감을 가지고 있어 적절한 가격에도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어찌 되었든 리저브의 가격만으로도 그 진입장벽은 높은 편인데, 같은 매장 내 바로 옆 카운터의 일반 스타벅스가 아닌 리저브를 선택하는 것은 2, 3000원의 가격 차이를 감수하여 리저브가 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택한 것이라 본다. 각각 커피 원두가 지닌 스토리를 읽어보고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플레이버 노트에 따라 느껴지는 맛을 음미해보는 경험. 아마 스타벅스도 그런 것을 원한 것이 아닐까 싶고.


하지만 전달 방식에서는 부족함이 많다. 언급한 대로 많은 시간대에 리저브바 전담 파트너가 없어 텅 빈 바에 서서 파트너가 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리다 부르러 간 적도 있다. 또 파트너 한 사람이 주문 접수와 음료 제조를 모두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와 고객 간의 인터렉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적은 시간에는 갈아진 원두의 시향을 권하기도 하지만 바쁠 때는 인사 정도만 가능하다. 스타벅스 측도 초기에 생각한 방식은 이게 아니었을 텐데 많은 리저브 매장은 주문 접수-음료 제조-음료 제공 이것 만으로도 버거워 보인다.


올해 여름 인스타를 뜨겁게 달군 블루보틀. 이제는 어느 정도 초기 거품이 빠지고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블로그를 보다보면 개점 초기에 엄청난 인파에도 직원들이 친절했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금 블루보틀 매장을 방문해보면 먼저 POS 쪽에서 나를 환영해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과는 잡담도 가능하며 단골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도 한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POS와 음료 제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지 않는다. 한적한 시간대에도 음료를 제조하는 사람이 2 사람은 있다. 이들이 아이스 라떼를 제조할 때에는 알루미늄 피처에 큐브 얼음 5개(내 기억에는)를 하나씩 하나씩 옮겨 담는다. 그 위에 우유를 부으는 데 한 번에 다 붓지 않고 에스프레소 샷을 더한 후 다시 남은 우유를 넣는다. 피처에서 음료 잔에 옮겨 담은 라떼는 골든 브라운. 우유와 에스프레소샷 사이에 층이 생기는 것도 나름 시각적으로 나쁘진 않으나 항상 일관된 맛있는 맛을 전달하기 위해서 블루보틀이 선택한 방식일 것이다. 커피도 물론 맛있었지만 전체의 경험 자체가 즐거웠다.




국내 론칭 때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있었던 블루보틀의 라떼도 가격이 6,100원(싱글 오리진은 +1,100원)이다.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비교하면 오히려 싼 편이다. 단순 가격 비교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방문한 리저브에서 최소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를 하고 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리저브바의 운영 방식은 상응하는 서비스를 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대부분 일반 스타벅스 쪽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리저브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는 발길을 돌리게하는 요소다. 현재 스타벅스에서는 공격적으로 리저브바 숫자를 늘리고 있는데 단순 매장 수 증대가 아닌 고객 경험의 차별화에 좀 더 고민 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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