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는 배부르게 먹으면 안 되나요?
예전에 후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배는 고기도 좋아하시고, 채소도 좋아하시는 거예요? 보통 고기 좋아하는 사람은 채소 안 좋아하던데
그렇다. 나는 맛있는 음식이라면 다 좋은 사람이다.
채소와 치즈만으로도 맛있는 그리스식 음식에 눈을 뜨면서 평생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으로 살아도 전혀 문제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물론 그건 나의 수많은 좋은 생각들과 마찬가지로 단지 머릿속으로 해본 상상 중 하나였고,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도 퇴근길에 샐러드를 사서 집에 들어가 저녁으로 먹고는 한다. 하지만 항상 느끼는 건 양이 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웬만한 식사용 샐러드는 만원을 훌쩍 넘는다. 토핑에 따라 대부분 8,000원에서 13,000원대로 절대 싼 편은 아니다. 물론 요즘 채소값이 금값이라고도 하고 신선함이 생명인 샐러드이지만 육류 토핑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아 비교적 빠르게 담아낼 수 있는 게 샐러드다. 그래서인지 매번 내가 지불하는 금액에 비교해 양이 턱없이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샐러드를 판매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양 많이 드리면 남겨요'
'이거 식사 조절하시는 분들이 드시는 건데 그럼 고객님들 안 좋아하세요'
'아보카도 같은 토핑은 단가가 비싸요'
실제 샐러드는 다이어트하시는 분들이 많이 드시는 편이고, 토핑 값이 비싸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아보카도나 육류는 보통 '프리미엄 토핑'이라서 추가금액을 다 받는다. 지금 샐러드 집에서 주는 양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맛있고 포만감 있게 먹으려면 한 끼 식사가 거의 2만원에 달한다. 차라리 뷔페 샐러드바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샐러드 양에 불만이 많은 이유는 미국에서 본 샐러드 양 때문일 것이다.
이게 샐러드 1인분 양이다. 세금 포함한 가격은 11불 대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대략 14,000원대. 어떻게 봐도 국내보다 훨씬 싸다.
채소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미국과 한국을 단순히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봐도 한국에서는 샐러드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식사로 하기에는 제공량이 너무 적다. 내가 식사량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샐러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샐러드 전문점, 샐러드 새벽 배송 등 관련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샐러드를 '다이어트식'이라고 포지셔닝해서 저변 확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남성들)은 건강을 위한 음식(보양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을 알게 모르게 피하는 모습이 있다. '건강해질 것 같은 맛'은 이들이 결코 선호하는 맛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샐러드 요리법이 많이 발전되고 드레싱도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 선뜻 선택하지 못함은 한 끼 식사로 부르기에는 빈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채소가 몸에 좋다는 건 3살짜리 아이도 아는데 양껏 먹을 수 있는 샐러드 전문점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분들께 요청: 혹시 서울 시내에서 맛있는 샐러드를 넉넉한 제공양으로 판매하는 가게 있음 알려주세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채소 외에 유제품과 동물의 알도 섭취하는 채식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