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그리고 미술관 방문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위로하는 예술

by InterD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미술관을 방문했다. 10년도 전에 혼자 살면서 괜히 한 번씩 기웃거리던 미국 국립 미술관. 한국에 귀국한 후에는 서관과 동관을 잇는 지하통로에 있는 빛나는 터널이 가끔 이유도 없이 그리워서 여생에 다시 볼 기회는 있는 걸까 생각이 들면 괜히 서러워지기도 했었다.


그러다 미국에 다시 오게 되고, 연휴에 DC를 방문했을 때 만나기로 한 반가운 얼굴과의 약속이 마지막 순간에 어그러지면서 나절가웃 여유가 생겼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미술관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참 닫혀있다가 최근 열었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에 괜스레 홈페이지만 뒤적여보는데, 순간 당일 방문객도 선착순으로 받는다는 말이 보였다. 망설일 이유 없이 가까운 역으로 향해 전철을 탔다.


DC 지역 전철은 주말이 되면 항상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었다. 하지만 이 날 내가 탄 전철 칸에는 세 사람이 넘어가는 일 없이 한적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사람 없는 전철 안은 창문 넘어 들어오는 햇살만이 채우고 있었고, 그마저도 지하로 들어가 버리니 어두운 터널 속 창문에 비친 내 모습만 덩그러니 보일 뿐이었다.



전철을 내려서도 Federal Triangle 주위의 거리는 조용했다. 오랜만에 걷는 DC 거리지만 주변에 긴 눈길을 주지 않고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시라도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술관 야외 별관은 표가 없어도 되니 거기나 둘러봐야 할까.



11시에 맞춰 입장하니 다행히도 이름과 이메일만 적고 들어갈 수 있었다. 드가 Degas 전을 하고 있었다. 드가는 발레리나의 모션을 그림과 조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화가로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발레리나의 연습실, 그리고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던 백스테이지를 그림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모노톤 배경에 커다랗고 화려한 색채의 리본을 단 발레리나, 무대 위를 수놓는 수석무용수와 대비되는 군무 담당의 corps de ballet... 여러 그림과 설명을 번갈아 보면서 샘솟는 여러 가지 감정들. 그리고 짧은 시간 경험했던 무대 공연에 대한 기억들. 메말라가는 감정이 조금은 촉촉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어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볼 수 있을까? 빛의 터널은 아직도 있을까? 먼발치에서 바라보는데 그 부근이 어둡다. 가까이 가보니 아직 동관은 휴관 중이기 때문에 터널 앞에는 큰 가림막이 세워져 있고 불은 꺼져있었다. 결국 원했던 터널은 볼 수는 없었다.



허한 마음을 달래고자 바로 옆 카페에서 흥 많은 흑인 바리스타가 내려준 라떼를 마셨다. 우유를 제대로 스팀 해서 마이크로폼이 살아나 있는 맛있는 라떼였다. 음료를 만들면서 턱스크를 하고 꽤나 폼나게 노래를 흥얼거려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 전철 안은 더 한적했다. 내가 전철을 타고 내릴 때까지 유일한 동승객이었던 사람은 역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뒤를 돌아보며 타는 사람이 없는지 연신 확인했다. 그럼에도 결국 타는 사람은 없었다.



여정을 정리하면서 곱씹어보니 짧은 방문이었지만 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까이 뉴욕에도 미술관들이 개관하고 있는데 조만간 가볼 수 있기를. 또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마음 없이 미술만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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