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가 의심되는 당신에게

삶이 우리 원하는 대로 되지 풀리지 않을지라도

by InterD

우리가 살아가며 너무 당연함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은 세상 일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비관적인 일들로 가득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의 실현을 꿈꾸며, 더 좋은 사회가 오길 기대해 보지만 오히려 개악의 길로 가고 있다.


이천 년 전 유대인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로마의 압제로부터 그들을 해방시켜 줄 정치적 메시아를 꿈꾸고 기다려왔다.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온 선생 한 명이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각종 기적을 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작은 무리가 그를 메시아로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선생 바로 옆에서 동거동락하던 10명 남짓의 제자도 다를 바가 없었다. 선생이 나중에 왕이 되면 고위관직에 올라 나라를 다스릴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 선생은 사실 사람이면서도 신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한 대로 그는 정말 세상을 구할 자였지만 그들이 바라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적진을 초토화할 강한 왕도 아니고, 엄청난 카리스마로 주변 국가를 벌벌 떨게 할 리더도 아니었다. 사실 그의 관심은 권력의 자리가 아닌 우리 고된 일상 속에 향해 있었다. 슬퍼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었고 병에 들어 울부짖는 이들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도 피할 수 없어 문제로 조차 인식되지 못하다 임박해서야 극도의 공포를 안기는 삶의 근본적인 문제-죽음-에 대한 답을 가지고 오셨다. 그것이 그분이 이 땅에 온 이유였다. 아무런 흠집이 없는 신이 그 문제의 본체가 되고 또 소멸된다는 엄청난 계획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한 건 강력한 리더. 곧 도살장에 끌려가서 죽음을 맞이할 어린양이 아니었다. 선생은 사람들이 원하는 구원자의 모습이 어떤지 익히 알고 있었다. 신인 그는 제물이 되기 전에 유대인들의 왕이 되어 로마를 멸망시키고 유대인의 나라를 로마처럼 강성하게 키우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대 집단이 원했던 정치 활동 그 어떤 것도 행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부르짖었던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여서 들으시고, 위로하시고, 병을 고치셨는데 말이다. 그 선생 -예수-은 우주를 만드시고 태양계를 만들고 그곳에 가장 적절한 곳에 지구를 위치하시고, 그곳에 모든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들을 계획하였다. 그런 분에게 지구라는 작은 별에 위치한 어느 한 나라에 한 시대 즉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선생은 이 땅에 온 목적이 있었기에 그것에만 순전하게 집중했다.


사실 우리 관점에서는 '신이라면서 까짓 거 사람들이 원하는 거 좀 들어주면 안 되나' 싶을 수 있지만, 지구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끄시는 관점에서는 한 시대 한 집단의 사사로운 욕망이라는 것이 관심을 둘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인류 전체에게는 생존, 그리고 더 나아가 번창할 수 있는 모든 여건-끊이지 않는 에너지원인 태양과 그를 기반으로 한 생태 메커니즘-을 만들고 베풀어 주신다. 우리의 한정된 시야에서 판단한 정의 구현이 이뤄지지 않을지언정 인류를 통합적으로 돌아보시고 인간 개개인의 삶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시고 간섭하는 신은 분명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축해 버려도 될 정도로 절대자의 존재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작은 머리로 무한대 영역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어 생기는 오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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