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값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1주기를 맞이하며

by InterD

우리는 누군가 목숨을 끊을 때까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악성 민원에 시달린 초등학교 교사와 공무원도, 폭언에 고통스러워하던 서비스업 종사자도. 70년대에 너무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쳐달라고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도. 대학교에서 청소하다 사망한 노동자도.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들이 아직 살아 고통당하고 있을 때 주변의 몇몇 이는 안타까워했겠지만 대다수는 이들의 고통이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응당 짊어져야 할 무게로 인식했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크겠지만 워라밸 좋은 공무원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끊임없이 위태위태하던 그들의 삶을 죽음으로 이끄는 건 사실 극적인 사건이 아니다. 극단적 선택 바로 전에 있던 일만 분리해서 들여다보면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을 호소해도 나아지지 않는 그들의 삶은 이미 극도로 피폐해져 있어, 무너져 내리는 데에 많은 무게가 필요하지 않았음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렇게 누군가의 목숨이 끊어지면 분노가 전국을 휩쓸고 간다. 대중은 사건과 직결되는 가해자의 신상을 찾아내서 응징하려고 하고, 그들이 속한 특정 그룹을 향해 칼을 겨누기도 한다. 이 순간만 보면 모두 정의로워 보인다.


하지만 모두 무언가가 잘못되었는지는 인지하면서도 그 이후 일어나는 변화는 너무 더디다. 몇 달, 몇 년이 지나서 분노라는 감정이 사그라들고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호기심 정도로 우리의 관심은 쪼그라들고, 변화를 이끌어야 할 무리는 대중의 관심이 없어졌음에 안도를 하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스러져간 이들의 목숨값이 제 값을 했는지 모르겠다. 죽음 외에는 답이 없었던 이들의 슬픔을 사회는 결국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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