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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23. 2022

전시 그 후

내 그림이 타인에게 닿는 경험


서점 비화림 (2021. 9) -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153 1층




낯선이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내 그림



첫 번째 전시를 했던 <하우스서울>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지하 1층엔 카페와 전시장, 1층은 카페, 2층은 독립서점과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들도 다른 층에서 전시 중이고, 또 카페이기도 하고, 서점이기도 한 공간이기에 꼭 내 그림을 보러 오지 않더라도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었다.

서점 전시이다 보니 하루 종일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더 이상한 그런 전시. 고로 난 그곳에 없었다.

지인들이 방문한다고 하면 시간 맞춰서 들르려고 했는데, 대부분 나 몰래 왔다간 후 인증만 카톡으로 날려주었다. 친구들과 지인분들 외에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작가님이 몰래 다녀가 주시기도 했고, 전혀 모르는 분들이 전시 사진을 SNS와 블로그에 올려주시기도 했다.

내 그림들이 낯선 이의 카메라를 거쳐 그들의 의견이 보태져서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다시 올라. 낯선 이의 시선으로 보는 내 그림이 낯설고 신기다.

주변인의 과분한 축하를 받았던 나의 첫 번째 전시는 새로운 경험 그 자체였다.


(참, 실을 차가 없다는 나의 편의 의견을 반영해 1.8m의 화분은 서점 측에 기증하고 왔다고 한다.)







방명록과 컬러링시트가 준 감동


두 번째 전시를 했던 <동백 문고>는 웬만한 대형서점들보다 규모가 큰 용인의 종합서점이었다.

첫 번째와는 또 다른 느낌의 좀 더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 다양한 연령층이 내 그림을 봐주셨다.

그림 판매는 할 수 없었기에 대신 좀 더 많은 분들이 전시 공간에 머물러 계실 수 있도록 컬러링 시트를 준비다. 3주의 전시가 끝나는 날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는데, 역시나 별 감흥 없어 보이는 아들들이다. 컬러링 시트에 맘껏 색칠이나 해보라 하고, 그 틈을 이용해 나의 편과 나는 그림들을 철수한다.

조심스레 방명록을 들춰본다.

내 그림 이야기가 아닌 서점이 좋다고 써놓은 9세 어린이의 귀여운 방명록.

전시회명처럼 그냥 우연히 들어왔다가 선물 같은 전시를 보았다는 모르는 분의 방명록.

나에게 말도 없이 그냥 슬쩍 왔다 가신 아는 분의 방명록.

소중한 응원의 글귀에 또 나아갈 힘을 얻는다.








처음부터 내가 바랐던 공간은 소박하고 따뜻한 공간에서의 전시였다. 그리고 내가 만난 공간들은 정말,  모두 그런 공간이었다.

내가 그런 공간을 찾았고, 그런 공간에서 나를 찾아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의 나는 세 번째 전시를 진행 중이고 올해 두 개의 전시가 더 남아있다. 

지금은 천천히 갈지라도, 내 글과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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