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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을 그려도 될까요?
20화
밤리단길에서 두 달간의 전시
원래 거기 있었던 것 같은 그림들
by
권냥이
Sep 19. 2022
세번째 전시 <가을은 빨리 지나가니까> 2022.9.1~10.30
일산의 밤리단길에 있는
분위기 있는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
이번 전시는 서점의 월요일을 지켜주시는 한 작가님의 디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며칠 대화를 나눈 후, 나는 그곳에서 가을 전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람을 대할 때 계산하지 않고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구별해내기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대하는 것이 진심인지 가식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작가님의 대화에서는 정말 친한 친구를 사심 없이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가 멀어서 부담된다면 택배로 보내주셔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신 서점 측에 직접 찾아가 뵙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두 달이나 내 그림이 걸릴 공간이 당연히 궁금하기도 했고.
인스타에서만 보던 공간을 전시 설치 날 처음 찾아가 보게 된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독립서점 전시와 가장 가까운 느낌의 공간이었다.
오다가다 들
러서 부담 없이 들려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늘 열려있는 크지 않은 규모의 공간, 그런 공간에 내 그림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걸려있는 것.
그곳이 그런 곳이었다.
전시를 설치하던 날엔 나와 디엠을 주고받았던 작가님이 아닌 다른 작가님이 계셨고, 얼마 후에 책방 대표님이 오셨다.
첫 번째, 두 번째 전시와는 또 다른 공간 구조이다. 어떤 식으로 내 그림을 걸어야 보기 좋을지 감이 오지 않아 허둥댔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대표님은 본인이 직접 설치하겠다고, 갈 길이 머니 어서 돌아가 보라고 했다.
반쯤 떠밀려서 돌아가는 느낌이었으나 정말 갈길이 멀었기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안고 돌아섰고,
그날 오후 대표님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예쁘게 설치된 전시 사진을 보내주셨다.
이틀 후 대표님에게 카톡이 왔다.
전시 설치 전날 다른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던 상태라 제대로 응대를 못 해 드린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인 엽서 10종 세트를 다 팔아버렸으니 추가로 제작해달라는 내용까지)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나와 결이 같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아니었던 사람이 있고, 겉만 보고 나와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점점 알아가는 사람들은 늘어가지만 모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살지는 않는다.
나에겐 인맥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서점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위안을 준다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그 인맥 총량을 늘리고 싶을 만큼.
처음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작가님도, 이틀 동안 나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대표님도 내가 느꼈던 첫인상보다 더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의 동네책방 <그래더북> 글쓰기 모임 사람들도 뒤에 이야기할 <마이리틀앤> 대표님도 그렇다.
어딘가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감성을 갖고 나보다 더 먼저 그 길을 걸어보고 있는 사람들.
나에게 지표가 돼주고 힘을 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다니.
얼마 전 대표님께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김이듬 글. 열림원 출판)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아름답게 쓰여졌지만 눈물 나는 이야기.
독립서점을 그리고, 쓰다 보니 자연스레 서점 운영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막연히 알고
는 있었지만 얼마나 더 힘든 일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확실하게 그분들은 돈이 아닌 더 가치 있는 것을 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서점을 운영하고, 전시를 하고, 그곳에서 그림을 보고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 돈이 아닌 것을 버는 사람들이다.
뭐, 돈도 같이 벌면 물론 더 좋겠다.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그저 동네 책방의 분위기가 좋아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책방에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덕분에, 나는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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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독립서점을 그려도 될까요?
18
독립서점에서 전시를 합니다.
19
종합서점 전시의 매력
20
밤리단길에서 두 달간의 전시
21
전시 그 후
22
에필로그
독립서점을 그려도 될까요?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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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권냥이입니다. 그림에세이를 만듭니다. 당신에게 잠깐의 휴식이 되고 싶습니다. 글.그림 권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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