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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16. 2022

종합서점 전시의 매력

나의 두 번째 전시 <용인 동백 문고>

두번째 전시 <그냥 걷다가 우연히> 2022.6


그냥 걷다가 우연히


두 번째 전시회명은 <그냥 걷다가 우연히>로 정했다.

말 그대로 그냥 걷다가 우연히 들러서 그림도 보고 컬러링 시트도 하고 쉬었다가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떠오른 이 제목이 퍽 마음에 들었다. (사실 서점 전시니, 책과 관련된 제목을 지어서 동화작가인 친구에서 몇 개 보내봤는데 진부하다는 아주 솔직한 평을 들은 후 고민 끝에 지은 전시명이다. 탈락한 제목으로는 ‘책며드는 일상’, ‘취미는 서점’, ‘가끔 서점에 갑니다’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인의 동백 문고라는 종합서점에서 진행되었다. 

종합서점답게 어르신, 청소년, 돌아기 등 다양한 연령층 오는 곳이다.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용인에서 진행되는 전시였으나,

두 번째 전시이니 나의편에게 또 반차 내고 같이 가자고 말을 하지 못했다. 용기 내서 초행길 운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와- 그런데 용인 운전은 동네 마실이나 다니던 내 수준에서 커버할 수 있는 복잡함이 아니었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3번이나 길을 잘못 든 후에 70분이란 시간이 걸려 전시장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긴장한 어깨는 잔뜩 굳어있고, 눈은 뻐근하다. 주차장에 도착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진다.

약속 시간 늦는 게 싫어 도착시간을 여유 있게 얘기했음에도 5분이 늦어버렸다. 후다닥 트렁크에서 전시 액자와 각종 팸플릿 등이 든 상자를 번쩍 들어 2층 서점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건물 한 층을 다 쓰는 용인 동백 문고는 사진으로 접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내 그림이 한 달 동안 전시될 이벤트홀을 찾아 들어가 낑낑대며 들고 온 상자 속 전시 액자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곧 나와 전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서점 이사님이 오셨고, 3개의 벽면에 그림을 나누어 전시하면 된다고 하셨다. 한쪽은 조각 점토로 붙이고, 한쪽은 레일로 걸고, 한쪽은 나무 선반을 설치해서 올려놓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신다. 단순히 레일에 하나씩 그림을 걸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게 된다. (설치 작업 또한 이사님이 대부분 하시고, 나는 그저 감탄하며 바라만 보았다고 한다)

첫 번째 전시는 한쪽 벽만 쓰는 전시였음에도 명함과 팸플릿, 굿즈, 엽서, 액자, 포스터까지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 신경 쓸게 많았는데, 한번 경험치가 쌓이니 전시 준비가 (첫 번째에 비해) 조금은 수월해졌다. 전시 주제와 내용이 정해지면, 그다음은 빠르게 진행된다.

전시장에 커다란 책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컬러링을 좋아하는 아이들 혹은 어른들을 위해 컬러링 시트도 잔뜩 출력해서 가져왔다. 잠시나마 이 공간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길 바라며. (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한 그림들을 가져왔나 싶다. 또 반성의 시간)


백발의 할머님 한 분이 한참 동안 설치 작업을 바라보신다.

작가 본인이냐, 뭐로 그렸냐 등 몇 가지 질문을 하시고서도 한동안 머물러 계셨기에, 나의 첫 번째 관람객이 돼주신 할머님께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엽서가 있다면 고르시라고 말씀드렸고, 할머님은 열두 장의 엽서 중 눈 오는 일일호일의 풍경을 선택해주셨다. 덤으로 나의 명함도 한 장 가져가 주셨다.

24일의 전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내 그림을 봐주실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주친 나의 그림이 그분들에게 잠깐의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엔 네비를 한 번만 잘못 봐서 50분이 걸렸다.

역시 인생은 경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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