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더 비기닝
나는 게으르며 즉흥적인 사람이었다. (어디까지나 과거형임)
신랑은 나와 정 반대 성격인데 나와 10년을 살다 보니 점점 하향평준화가 되어서 똑같이 게을러졌다.
이렇게 게으른 부부에게 ‘캠핑’이라는 것은 만사 귀찮고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해보고는 싶었지만 쉽게 엄두를 내볼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여러 해가 흘러갔다.
둘째가 어느 정도 커서 기저귀도 떼고 손이 덜 가게 될 때쯤이었을 거다.
신랑이 먼저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말았다.
아무리 게을러졌다고 해도 천성이 게으른 나보다는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이 뻔한데, 그 귀찮은 것을 먼저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캠핑 용품을 검색하고 하나하나 사들이기 시작했다.
텐트와 의자, 침낭, 버너 정도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은 큰 착각이었다.
캠핑 용품의 세계란 아주 끝도 없는 것이다.
초보 캠핑러는 어디서 본 것만 많아서 감성 캠핑을 해야 한다며 아주 만고 쓸데없는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한 오토캠핑장을 시작으로
트렁크 꽉꽉 채워 사계절 열심히 풀소유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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