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다.
그땐 각자의 여행 스타일은 커녕 나 자신의 여행 스타일도 파악하지 못했을 때였다.
함께 하루 이틀 다니면서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전혀 달랐다는 걸
나는 #무계획 #발길 닿는 대로 #즉흥 #도보 #대충이었고
친구는 #지도 #호캉스 #계획 #프라이빗 #꼼꼼 이었다.
뭐, 얼핏 보면 삐그덕거리다 대판 싸웠을법한 스토리를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서로 다른 스타일 속에서 절충점을 찾아냈고, 배려하며 여행했다.
물론 중간중간 이건 정말 안 맞다 싶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았겠지만
그땐 지금보다 어렸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맘이 상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냥
기억나는 건...
그때 그 오름 정상에서 본 제주도가 참 예뻤지.
그때 그 미술관에서 본 그림이 참 멋졌지.
그때 함께 걸었을 때 우리 참 즐거웠지.
우리가 참 젊었었구나.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너에게 좀 더 맞춰서 여행했을 텐데..
그런 것들 뿐.
그 후로도 그 친구와
청주, 경주, 포항, 속초... 매년 어디론가 함께 떠났었다.
지금도 가끔씩 먼저 여행 제안을 해주는 내 친구
항상 고마워.
#좀만 기다려줘 #거의 다 키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