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은 여름 음악
가요계는 이맘때면 대대적인 분위기 전환에 들어간다.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댄스음악이 출하되며, 이런 노래들은 대체로 이동을 테마로 나타낸다. 빠른 템포의 반주에 산, 강, 바다 등 자연을 외치면서 피서를 재촉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느 때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작금의 문제로 이번 여름에는 특별한 휴가를 얘기하는 댄스음악이 오히려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
아무리 여름에는 신나는 음악이 제격이라고 해도 한철 장사를 노리고 나오는 노래들에 식상함을 느끼는 음악 팬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재주 밴드 사우스카니발의 새 미니 앨범 [클라우드나인]을 추천한다. 여름 특수를 누릴 목적으로 제작되는 노래들은 외관이나 정서가 천편일률적이지만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은 경쾌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
2012년 데뷔한 사우스카니발은 원래 '스카'(ska)를 주메뉴로 고수해 왔다. 자메이카의 대표 음악 레게의 모태 장르인 스카는 다양한 타악기로 이룬 오밀조밀한 리듬, 풍성한 관악기 구성, 비교적 빠른 속도를 특징으로 한다. 일련의 요소 덕분에 스카는 태생적으로 활력이 넘친다.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하던 이들이 2년 만에 선보인 신작에서는 스카와 멀찍이 거리를 뒀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을 들어 본 이라면 앨범을 재생하는 순간 조금 얼떨떨할 듯하다. 들머리에 위치한 '클라우드나인'(Cloud9)은 라틴음악의 성격이 강한 애시드 재즈를 형식으로 취하고 있다. 사우스카니발의 본모습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어느 날 공연 중에 마주한 제주도의 풍광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선셋'(Sunset)으로도 재즈에 솔뮤직과 디스코를 결합한 애시드 재즈를 들려준다. 추구하는 장르가 확 달라졌다. 하지만 흥겨움은 여전해서 여름에 사랑받을 만하다.
여름에는 잔잔한 노래도 인기를 얻곤 한다. 피서객들은 밤이 되면 서정적이거나 어떤 지역의 경치를 묘사한 노랫말을 곱씹으면서 낭만에 젖는다. 이번 앨범을 프로듀스한 싱어송라이터 조동희가 작사와 객원 보컬을 담당한 '그것은 사랑'은 예쁘장한 노랫말과 감미로운 멜로디로 감성을 자극한다. 사우스카니발은 보사노바 양식의 이 곡으로 또 한 번 변화를 보여 준다.
음악에서는 변신을 감행하고 있으나 제주도 방언을 쓰는 사우스카니발만의 개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룹은 바다의 평온과 풍어를 비는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을 모티프로 한 '위시즈'(Wishes)에서 제주도 사투리로 노래를 부른다. 이 활동을 통해 사우스카니발은 청취자들에게 제주도가 지닌 고유의 모습과 문화를 전달한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으로 제주도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우스카니발은 음반 소개 글에 "퍼포먼스의 에너지를 낮춰도 음악적으로 얼마든지 흥겨울 수 있다는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룹의 설명처럼 이전에 비해 열기는 내려갔지만 즐거운 맛은 어디 가지 않았다. 본인들의 지향과 매력은 굳건히 지키면서 음악적으로는 확실히 탈바꿈했다. 근사한 2막이 시작됐다. 음악 애호가들한테는 여름에 듣기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HaUmcKjk1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