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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Apr 05. 2021

과거 솔뮤직을 멋스럽게 재현한 실크 소닉

최근 팝 음악계에 특별한 듀오가 나왔다. 솔로나 팀으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음악인들이 결성한, 이른바 슈퍼그룹이다. 이름은 실크 소닉(Silk Sonic).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 '트레저'(Treasure), '업타운 펑크'(Uptown Funk)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톱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차례 트로피를 거머쥔 래퍼 겸 싱어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의기투합했다. 음악 팬들에게는 반가운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둘은 2017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브루노 마스의 <24K 매직 월드 투어> 유럽 순회에서 앤더슨 팩이 오프닝 공연을 맡게 되면서 둘은 곧 친구가 됐다. 이때 언젠가 음반도 함께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다. 얼마 뒤에는 대선배가 실크 소닉의 탄생을 암암리에 거들었다. 전설적인 디스코 그룹 시크(Chic)가 2018년 새 음반을 제작할 때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을 조력자로 초대했다. 이를 계기로 두 뮤지션의 관계는 한층 공고해졌다.

인간적인 면도 끌렸겠지만 무엇보다도 둘은 음악적 지향이 잘 맞는다. 브루노 마스는 1집의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 2집의 '트레저'와 '이프 아이 뉴'(If I Knew), 3집 다수의 노래를 통해 펑크, 디스코, 두왑 같은 과거에 인기를 끈 장르를 소화해 왔다. 대중음악계 복고 흐름의 대표 주자나 다름없다. 그런가 하면 전자음을 많이 쓴 첨단의 R&B와 네오 솔을 주로 들려주던 앤더슨 팩은 2019년 발표한 4집 [벤투라](Ventura)에서 1970년대 흑인음악 느낌을 낸 노래들로 옛 음악 복원에 동참했다. 한시적이든 아니든 둘은 70년대에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실크 소닉은 이 공통분모를 자신들의 노선으로 정했다. 이달 출시된 첫 싱글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 역시 70년대의 숨결을 지녔다. 보컬을 주고받는 콜 앤드 리스폰스 방식과 스캣, 은은하게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로 옛날 리듬앤드블루스, 두왑의 느낌을 냈다. 이와 더불어 현악기의 나긋나긋한 연주, 가성을 통해 필라델피아 솔의 정취도 전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집에 찾아오길 바라며 문을 열어 두고 있겠다는 낭만적인 가사도 과거 정서의 재현에 힘을 싣는다. '리브 더 도어 오픈'은 70년대에 바치는 헌사라 할 만하다.

실크 소닉의 노래는 이달 20일 빌보드 싱글 차트 4위로 데뷔한 데 이어 27일 자 차트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캐나다 래퍼 드레이크(Drake)가 5일에 낸 미니 앨범의 세 곡이 20일 나란히 싱글 차트 1, 2, 3위에 오르며 맹위를 떨치던 상황이 단숨에 뒤집혔다.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의 높은 인지도도 흥행에 한몫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래가 준수함과 대중성을 겸비했기에 음악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근래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는 예스러운 솔뮤직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적이 거의 없다. 빠른 템포의 펑크나 디스코만 이따금 힘을 낼 뿐이었다. 싱글 차트 상위권에 드는 R&B는 전자음으로 말쑥하게 치장한 곡들이 다수였다. 실크 소닉은 동향에 반하는 음악으로 작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고풍스러운 멋을 잘 살린 덕이다. 많은 솔뮤직 마니아가 정규 앨범 [언 이브닝 위드 실크 소닉](An Evening with Silk Sonic)이 어서 나오길 고대하고 있을 듯하다.


https://news.v.daum.net/v/2021032904080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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