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음악이 시청자를 과거로 인도한다. 미국 록 밴드 휴이 루이스 앤드 더 뉴스가 1985년에 낸 '파워 오브 러브'가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노래는 그해 개봉한 SF 영화 <백 투 더 퓨쳐>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여 큰 인기를 얻었다. <백 투 더 퓨쳐>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를 지닌 영화의 대표작이기에 80년대를 경험한 세대라면 '파워 오브 러브'를 듣는 순간 추억 속 어느 한 장면이 떠오를 듯하다. KBS전주가 제작한 <Song큐멘터리 백투더뮤직>은 오프닝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후로도 흡인력은 지속된다. 2020년 5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백투더뮤직>은 80, 9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를 초대해 그들의 활동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듣는 것을 레퍼토리로 삼는다. 노래들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에 대한 전말을 접할 수 있으니 차분하게 진행됨에도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평론가의 해설을 곁들여 교양의 기능까지 더한다. 출연 가수들은 평균 서너 곡을 부른다. 토크쇼, 인터뷰, 공연이 공존하는, 제법 화려한 다큐멘터리다.
볼거리가 풍성함에도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사실이 무척 아쉽기만 하다. KBS1 네트워크 특선으로 전국에 송출되는 <백투더뮤직>은 처음에는 수요일 낮 1시에, 작년 8월부터는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방송되고 있다.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대중의 눈길에 들기 어려운 시간대에 놓인 상태다.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기에 외곽에 자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애처롭지만 당연하다.
또 하나 섭섭한 점이 존재했다. 가수들의 공연을 담은 대부분 프로그램은 으레 해당 무대를 음원으로 출시한다. 반면에 <백투더뮤직>은 지금까지 음원을 발매한 적이 없다. 연주자들의 하모니가 근사하고, 더러 원본과는 다르게 편곡해서 신선함이라는 가치도 보유하는 노래들을 음원 플랫폼에서 접하지 못했다. 따라서 방송의 여운도 이어지지 않았다. 음원을 내는 데에도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니 손이 많이 가서 내버려 둔 채 있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그 부분에 대한 미련이 가시게 됐다. 7월 <백투더뮤직>은 작년 11월에 방송된 장기호 편의 공연을 음원으로 출시했다. 출범 2년여 만에 처음 이뤄진 일이다. 피아노와 플루트가 빚어내는 서정미, 탄력적인 베이스 솔로 연주가 돋보였던 '샴푸의 요정', 키보드와 현악기가 들어갔던 원곡과 달리 피아노만으로 반주를 구성해 재즈의 느낌을 부각한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등 빛과 소금, 장기호의 대표곡들을 새로운 편곡, 다른 분위기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완벽하게 개운한 것은 아니다. 앨범 소개 글에 따르면 방송에서의 공연을 실물 음반으로도 계속해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음악 예능을 통해 나오는 음원의 커버는 악기나 악보, 혹은 출연 가수의 사진 등을 배경 이미지로 삼고 프로그램 로고를 삽입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폰트도 평범해서 하나같이 굉장히 촌스럽다. 장기호 편의 앨범 커버 역시 상례를 벗어나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 훌륭한 콘서트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다. 프로그램은 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2022.08.08ㅣ주간경향 1489호
https://www.youtube.com/watch?v=XhM4uZ8W7G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