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ney Houston 'I Will Always Love You'
노래가 막바지에 이르자 화면이 겹치기 시작한다. 촬영실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는 어느새 눈이 덮인 산자락에 들어서 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드럼이 울리는 순간 가수는 감았던 눈을 뜨면서 목청을 높인다.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의 주제곡 'I Will Always Love You'(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 뮤직비디오의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탁 트인 장소를 배경으로 터지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걸출한 가창은 노래를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게끔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못해 이별을 고하는 내용은 애틋함을 자아낸다. 후련함과 서정미가 공존하는 'I Will Always Love You'는 14주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머물렀다.
원래 <보디가드>의 주제곡은 솔뮤직 가수 지미 러핀(Jimmy Ruffin)이 1966년에 낸 'What Becomes of the Brokenhearted'(왓 비컴즈 오브 더 브로큰하티드)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노래가 1년 전 개봉한 다른 영화에 쓰였음을 알게 된 휘트니는 제작진에게 선곡을 바꿀 것을 요청했다. 이때 그녀와 함께 주인공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가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1974년에 발표한 'I Will Always Love You'를 추천했다. 이렇게 돌리의 원곡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케빈의 제안으로 엄청난 히트곡이 나왔으니 휘트니에게 케빈은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무반주의 도입부도 케빈의 아이디어였다. 케빈은 제작 단계부터 휘트니의 캐스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휘트니는 케빈 덕에 화려한 경력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노래는 자동으로 은혜에 대한 답례가 됐다. 'I Will Always Love You'에 감사의 뜻이 담겨 있는 까닭이다. 돌리는 자신의 가수 데뷔를 도왔으며, 8년 동안 듀엣으로 활동했던 선배 컨트리 가수 포터 왜거너(Porter Wagoner)를 떠나 솔로로 나서면서 이 노래로 애정을 표했다. 휘트니 역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원곡의 의미를 생각하며 케빈을 떠올렸을 듯하다.
이제는 음악팬들이 'I Will Always Love You'를 들으며 휘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 노래를 듣고 큰 감동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가 무척 많다.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됐다는 사람도 다수다. 작품에 깃든 애정과 감사 인사는 지금도 순환하고 있다.
월간 <좋은생각> 2019년 12월호 '듣고 싶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