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만들어진 스테디셀러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도입부부터 씩씩함이 배어났다. 목소리가 꽤 우렁찼다. 전자음악 형식을 취한 가벼운 리듬도 활력을 보탰다. 전주를 차지한 색소폰 연주 또한 무척 시원스러웠다. 황규영이 1993년에 발표한 '나는 문제없어'는 초반 30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유감없이 생기를 뽐냈다.
가사도 노래를 기운차게 느껴지도록 했다.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이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굳세게 마음을 다잡는 노랫말은 크고 작은 시련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 같았다.
경쾌한 분위기, 긍정적인 노랫말 덕에 '나는 문제없어'는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커피숍, 쇼핑몰, 유원지 등 어디를 가도 '나는 문제없어'가 울려 퍼졌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수년간 활동하며 정식 데뷔를 꿈꿔 온 황규영은 주류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막대한 성공을 경험했다.
이렇게 큰 인기를 끌면 기뻐야 할 텐데 정작 황규영은 전혀 흐뭇하지 않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었던 탓이다. 본래 그는 댄스음악이 아닌 발라드나 팝을 하고자 했다. 데뷔 음반 수록곡 여덟 편 중 그가 작곡한 여섯 곡은 전부 그런 잔잔한 스타일이었다.
황규영은 자신이 지은 노래들이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소속사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대표는 황규영의 노래가 대중성이 떨어진다면서 전문 작곡가로부터 몇 곡만 받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타협해서 싣게 된 노래 중 하나가 '나는 문제없어'였다.
다른 수록곡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문제없어'의 가사도 황규영이 썼다. 그런데 자기가 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니 의욕이 생길 리 만무했다. 그는 그냥 빨리 털어 버리자는 마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노랫말을 지었다.
공교롭게도 애정을 덜 쏟은 노래가 대박을 터뜨렸다. 인기는 그때로 식지 않았다. '나는 문제없어'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라디오에 자주 흘러나올 만큼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용기가 샘솟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문제없어'에는 '국민 응원가'라는 별칭이 붙었다. 황규영에게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월간 <좋은생각> 2월호 '듣고 싶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