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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 'Eye of the Tiger'

의지를 불태우는 이들의 찬가

by 한동윤

무명의 권투 선수가 챔피언과의 시합을 앞두고 훈련에 돌입한다. 그가 처한 환경은 매우 열악하지만 눈빛에는 열의와 패기가 넘친다. 아침에 달리기 운동을 할 때 그는 근처 미술관을 마지막 코스로 찾는다. 미술관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힘차게 뛰어오르고 나서는 양팔을 번쩍 들어 승리의 포즈를 취한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을 1976년에 개봉한 영화 <록키>(Rocky)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이와 함께 흐르는 테마곡 'Gonna Fly Now'(고너 플라이 나우)도 관객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풍성하고 단단한 관악기 연주가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 연기한 주인공 록키의 굳센 의지를 소리로 표현해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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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개봉한 2편에서도 'Gonna Fly Now'가 테마곡으로 쓰였다. 하지만 감독을 맡은 실베스터는 1982년 3편을 내놓기 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그들의 기호에 맞는 센 음악을 영화에 들이고자 했다. 고민하던 그에게 한 음반 제작자가 미국 록 밴드 서바이버(Survivor)의 노래를 들려줬다. 노래를 들은 실베스터는 자신이 찾던 스타일이라며 바로 서바이버에게 전화를 걸어 미팅 약속을 잡았다.


회의 당일 실베스터는 밴드에게 편집 중인 영화를 보여 줬다. 서바이버의 노래가 들어갈 장면에는 영국 록 밴드 퀸(Queen)이 1980년에 발표한 'Another One Bites the Dust'(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가 삽입된 상태였다. 서바이버의 멤버들은 퀸의 노래도 근사하게 조화를 이루는데 왜 자신들을 불렀는지 궁금했다. 실베스터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로 이유를 털어놨다. "그게…, 퀸이 사용 허락을 안 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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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인 꼴이었지만 서바이버가 영화를 위해 만든 '아이 오브 더 타이거'(Eye of the Tiger)는 원래 넣으려고 했던 퀸의 노래보다 훨씬 영화와 잘 어울렸다. 귀에 빠르게 익는 기타 연주는 스트레이트 펀치처럼, 날카롭고 후련한 가창은 어퍼컷처럼 느껴졌다. "지난날의 꿈을 잊지 마. 그 꿈을 간직하면서 싸워 나가는 거야." 노랫말도 활력이 충만했다.


스포츠 영화에 쓰였다는 사실로 'Eye of the Tiger'는 운동선수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역동적인 분위기, 기운을 북돋우는 가사 때문에 시험이나 도전을 앞둔 사람들도 결의를 다지는 과정에서 이 노래를 듣곤 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 어울리는 노래다.


월간 <좋은생각> 2020년 1월호 '듣고 싶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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