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5주년을 맞은 'We Are the World'

자선 노래의 대표작

by 한동윤

에티오피아는 농업정책 실패로 1983년부터 3년간 극심한 기근에 시달렸다. 이로 말미암아 무려 120만 명 넘는 많은 인구가 목숨을 잃었다. 40여만 명이 나라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으며, 20만 명에 달하는 고아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1984년 뉴스를 통해 참상을 접한 아일랜드 뮤지션 밥 겔도프(Bob Geldof)는 에티오피아 국민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영국의 동료 가수들과 '밴드 에이드'(Band Aid)라는 일회성 팀을 만들어 그해 12월 후원금 모금을 위한 노래 '두 데이 노 이츠 크리스마스?'(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발표했다.

이 소식은 미국 가수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에게 강한 자극이 됐다. 평소 그는 인기 가수가 대거 모여 하나의 노래를 녹음하는 일을 꿈꿔 왔다. 밴드 에이드 결성은 그가 염원하던 사업이 이미 현실로 나타났음을 일러 주는 것이었다.


사회 운동가로도 활발히 온 해리 역시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한 기금 마련 음반을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유명 매니저 켄 크라겐(Ken Kragen)에게 연락했다. 켄이 워낙 인맥이 넓다 보니 그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와 케니 로저스(Kenny Rogers)를 비롯해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밥 딜런(Bob Dylan) 같은 톱스타 수십 명이 금세 뭉쳤다.

1985년 3월에 출시된 미국 가수들의 자선 노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는 빠른 속도로 판매됐다. 많은 이가 노래에 깃든 숭고한 취지를 지지해 준 덕이다. 그 결과 넉 달 만에 천만 달러 이상의 기금이 모였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바탕에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깔려 있기도 하다.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영국 록 뮤지션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음악계에는 영국에 뒤지면 안 된다는 경쟁의식이 암암리에 뿌리내리게 됐다. '위 아 더 월드'를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USA for Africa)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미국을 강조하는 작명이었다.


'우리도 질 수 없지.' 하는 생각이 스미긴 했어도 멋진 일임은 분명하다. '위 아 더 월드' 뒤로 자선 노래를 내는 가수가 점차 늘어났다. 음악계에 인도주의가 퍼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월간 <좋은생각> 3월호 '듣고 싶은 노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바이버 'Eye of the T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