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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Jun 22. 2020

버드 앤드 더 비의 홀 앤드 오츠 리메이크

명인을 재해석하겠다는 시리즈의 첫 번째

어떤 곡을 리메이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2차 해석을 하는 이의 신선한 표현이 녹아들어 있어야 할 것이고, 두 번째로는 자기만의 문법은 살리되 무리한 편곡을 가해 원곡이 청취자에게 주었던 감동마저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항만 만족한다면 오리지널의 향수를 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길 수 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원래의 노래와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을 보여 노래방 기계보다 세련된 반주에 목소리만 입히는 수준의 리메이크를 하는 가수도 있으며, 자기 느낌을 지나치게 부과한 나머지 완전히 다른 모양의 곡을 만들어 원곡의 감흥과도 격리시키는 음악도 왕왕 존재해 왔다. 간단하지만 정작 쉬운 작업은 아니다. 예전에 오리지널을 들었을 때와 현재 커버 버전을 접할 때 받는 느낌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과도한 변화는 피하면서 신선한 해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호하면서 어려운 일이다.

버드 앤드 더 비의 리메이크 앨범과 홀 앤드 오츠

1970, 80년대에 큰 인기를 구가한 블루 아이드 소울 그룹 대릴 홀 앤 존 오츠(Daryl Hall and John Oates)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일렉트로팝 혼성 듀오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새 앨범은 그러한 애매함을 잘 극복한 경우가 되지 않을까 하다. 그룹의 특징인 다소곳한 전자음을 살리면서도 홀 앤 오츠 음악의 매력인 잘 빠진 선율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또한, 발라드를 빠른 템포의 곡으로 바꾸거나 댄스음악에 살을 붙이는 단순 리믹스 작업이 아닌 곡이 지닌 감성도 해치지 않고 보존한다.


1981년 빌보드 싱글 차트, R&B/힙합 차트, 댄스음악 차트 정상을 석권한 'I Can't Go for That'의 리메이크 판은 원곡의 힙합적인 리듬을 간결한 일렉트로니카 비트로 바꾸면서도 희뿌연 분위기도 유지하고 있으며 기본 코러스 뒤에 붙는 "No can do"를 뺌으로써 좀 더 평이한 접근을 나타낸다. 저음부의 보컬, 아름다운 선율의 후렴이 압권인 'Sarah Smile'은 뒤에 깔리는 유약한 신스 프로그래밍과 건조함으로 조금은 대비되는 선연(嬋娟)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정적이기만 했던 홀 앤 오츠의 것과 달리 더 버드 앤 더 비가 부르는 'She's Gone'에서는 리듬감을 보강한다.


업 비트의 곡을 가벼운 일렉트로팝으로 재구성한 작품들도 돋보인다. 'Private Eyes'는 록 디스코풍에서 예스런 신스팝 스타일로 바꾸었고 'Maneater'는 본래 진행 속도를 유지함에도 탄력은 더했다. 건반이 리드하는 반주와 대릴 홀의 힘 있는 보컬이 인상적이었던 'Kiss on My List'는 아기자기한 프로그래밍으로 곡을 열면서도 버스(verse) 부분을 건조하게 연출해 상이한 윤곽을 내보인다.

홀 앤드 오츠와 버드 앤드 더 비

유일한 자작곡인 'Heard It on the Radio'는 이 혼성 듀오가 홀 앤 오츠와 이 음반을 듣는 사람들에게 이번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고백의 노래가 될 것이다. 예쁘장한 멜로디와 화음이 더없이 채도를 높이며, 그들에게 바치는 앨범인 만큼 더 버드 앤 더 비의 노래임에도 리듬 앤 블루스나 팝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룹의 프로듀서인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의 조율 능력으로 안정감 있는 밑그림이 완성된 것이겠지만, 보컬 아이나라 조지(Inara George)의 가녀린, 그리고 몽롱하게 들리는 음성도 이들의 해석에 싱싱함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어 준다. 앨범은 홀 앤 오츠의 향취뿐만 아니라 더 버드 앤 더 비가 중점적으로 표출하는 편안한 전자음악의 풍미가 감돌아 두 그룹 팬들의 마음을 흡족케 할 듯하다.


파격적인 번역은 없을지라도 오리지널의 감동을 재현하고 어느 정도의 참신함을 발휘하는 데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곡만 해도 여섯 편이고 40위권 안에 든 노래가 마흔 곡에 가까울 정도로 사랑을 받은 작품이 많은 터라 그렉과 아이나라가 선택한 적은 숫자에 성이 차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수록된 여덟 편의 리메이크곡은 자기 색과 고전이 지닌 멋을 균형 있게 배합해 충분한 멋을 퍼뜨린다. 이번 작품의 타이틀을 [Interpreting the Masters Volume 1]이라 정한 만큼 그룹의 다음 커버할 타깃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알고 싶어진다.


2010/05


작년에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이 출시됐다는 걸 며칠 전에 뒤늦게 알게 됐다. 이번에는 미국 하드록 밴드 밴 헤일런(Van Halen)을 선택했다. 음악을 들으니 그레그 커스틴이 스타 프로듀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겠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k-NWxX15OqE

The Bird and the Bee 'Private Eyes'

https://www.youtube.com/watch?v=tmZpX3je94I

The Bird and the Bee 'J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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