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온라인 '창당'
2019년 8월 24일, 기본소득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당 창당* 준비를 위해 모였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였다. 그때, 참가한 누군가가 이렇게 제안했다. “온라인 광고를 해보면 어떨까요?” 당시 온라인 광고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네 달 후, 기본소득당은 온라인 광고로 2만 명의 당원을 모집함으로써 한국의 46개 정당 중 최초로 온라인 창당을 해낸 정당이 되었다.
*창당 : 정당을 새로 만듦.
창당,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한국의 창당 조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창당하려면 5개 이상의 시·도당을 먼저 세워야 하고, 각 시·도당에는 1천 명 이상의 당원이 필요하다. 즉 최소한 5천 명 이상의 당원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모집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어 있다. 50명 이상, 2명 이상, 심지어는 인원 규정이 아예 없기도 한 해외 사례에 비하면 너무 높은 기준이다.
오프라인으로 알음알음 당원을 모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기본소득당을 설명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일만큼, 복잡한 가입 절차를 안내하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신고하기 위한 개인정보는 물론, 가입서에 일일이 본인의 서명까지 직접 받아야 했다. 이런 과정이 어렵고 번거로워서 기본소득당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을 포기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물론 정당법상 온라인으로 당원 모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온라인으로 입당원서를 받고 있는 기존 정당들도 있었다. 우리는 선관위에 온라인 창당도 가능한지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창당 전 창당준비위원회*가 당원을 온라인으로 모집한 선례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창당준비위원회 : 정당의 창당을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단체
다행스럽게도 정당법 해석 다툼 끝에 선관위가 요구한 사안을 반영해 서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례가 없다는 말은 계속 충격으로 남았다. ‘지금이 2019년인데, 그간 온라인으로 창당한 정당이 없었단 말이야?’
3개월 만에 2만 명 모집한 비결
창당 광고를 기획하는 데는 총 한 달이 걸렸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당원을 통해서 교육받는 데 일주일, 광고 타깃과 메시지 종류를 정하는데 다시 일주일을 보냈다. 2주간 우리가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어떻게 설명해야 타깃층이 기본소득/기본소득당을 매력적으로 느낄지 고민했다.
그 결과로 ‘구체적인 기본소득 금액 강조하기’, ‘1인 가구에게 기본소득이 더욱 절실함을 강조하기’, ‘워라밸을 위한 기본소득의 필요성 이야기하기’, ‘로봇의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해답으로 기본소득 제시하기’, ‘기본소득이 성평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 등, 총 8가지 메시지가 나왔다. 그 후에는 주제별로 4~5개의 문구 아이디어를 짜 온 후, 투표를 통해 다시 6개로 좁혔다. 그리고 각각의 문구에 해당하는 6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6개의 광고 이미지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테스트 광고를 게시하고 곧바로 퇴근했다. 한 달 내내 준비한 광고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기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날 확인한 성과는, 매우 좋았다. 6개 중 좋은 성과를 낸 3개 이미지로 다시 좁혀서 성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한 종류의 광고만 돌렸다. 가장 성공한 광고 이미지의 메시지는 “당신이 누구든”이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일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차별 없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말에 2만 명의 시민이 호응한 것이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춘 밀레니얼 정치
온라인에는 ‘사람’이 있다. 오프라인에만 인격이 존재한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온라인에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빠르고 즉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좋아요, 댓글, 공유, 리트윗 같은 반응부터 가입, 구독, 후원 등의 고관여 참여까지 말이다. 거의 모든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있는 상태고, 더 이상 아무도 이런 관계를 ‘가상의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온라인에서의 활동들이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들도 많다.
특별한 것이라기보단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이미 바뀐 것이다. 기술과 가장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정당에서도 이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필수다. 보다 명확한 근거를 조합해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하고 실패할 확률도 줄어든다. 한 사람이 아니라 정보에 따라 판단하니 더 수평적인 구조를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지지자들을 세분화해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나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본소득당의 창당은 선거법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극복한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쉽고 간편한 정당, 정치로의 참여를 온라인으로 이끌어냈으니까. 기성세대가 좌지우지하는 정치판에 맞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갈 밀레니얼들에게 새로운 무기가 생긴 것이다.
Edited by 온라인사업팀 에디터 수프
Photo/Graphic Design by 기본소득당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의 권리가 있듯이,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함께 이뤄낼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