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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툴, 어디까지 써 봤니?

신입 정당의 업무 협업 툴 유랑기

기본소득당이 창당을 준비하며 열 명이 조금 넘는 인원으로 일할 때, 우리는 주로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기능적으로 꽤 괜찮은 메신저였다. 대화방마다 공유한 파일, 링크, 사진을 각각 따로 분류해서 볼 수 있었고, 카카오톡과는 다르게 데스크톱·태블릿 PC·스마트폰을 가리지 않고 접속하기 용이했다. 우리는 소규모 팀이었기에 거창한 툴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창당을 완료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우선 기존 부서의 업무가 더욱 세분화되었다. 지역 조직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총선을 대비하며 선거본부도 운영했다. 얼마 후엔 젠더정치특별위원회와 같은 의제기구도 생겼다. 다양한 내부 기구와 활동이 생기다 보니 더 이상 텔레그램은 업무용으로 불충분했다. 각 팀과 활동별로 대화방을 만들어서 운영하다 보니 체계성이 떨어졌고, 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텔레그램은 메신저이기 때문에 업무 논의나 공지사항이 여러 대화에 섞여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회의 일정을 잡았는데 팀원이 모두 인지하지 못해 회의가 미뤄지는 일까지 있었다.


정리하면, 작은 팀일 때는 단일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효율적이었지만, 성장을 거치니 같은 방식으로는 어려움이 컸다. 우리에겐 새로운 협업 툴이 필요했다.


개별 팀에서는 지금도 필요에 따라 텔레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협업 툴은?

텔레그램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협업 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가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협업 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우리만 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 각종 협업 툴을 비교·정리해놓은 글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겪어볼 필요는 없었다. 필요한 기능을 우선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툴을 하나씩 사용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판단한 중요한 기능의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 일정 공유와 관리가 용이하면 좋겠다

2) 논의와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3) 모바일로도 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

4) 파일 공유도 편하면 좋겠다

5) 프로젝트 운영/성과 관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거나, 가능한 프로그램과 연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활동이 늘어나고 각자의 일이 많아지면서 소통의 부재를 느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1. 모든 것을 갖춘 MS Teams

맨 처음 고려했던 것은 MS 오피스의 Teams였다. Teams를 처음으로 선택한 이유는, 어차피 사용할 Office 365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뿐 아니라 일정 관리, 내부 공간 대여, 설문, 메일 등 MS 오피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모바일 앱 또한 최적화가 잘 되어 있고, 다양한 써드파티를 추가할 수 있어서 프로젝트 관리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기능을 모두 충족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체험 사용해보니 기능이 지나치게 많아서 다 파악하기도 힘들고,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특히 Outlook 메일 시스템이 제일 낯설었는데, 학교나 관공서 같이 메일로 소통하는 큰 조직에 적합한 기능이 많았다. 즉 우리 스케일엔 너무 컸고, 모두가 사용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다.


다시 다른 툴을 알아보기 시작하며 조건에 단서 하나를 추가했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손쉬우면 좋겠다.


2. 국내 협업 툴: 라인웍스와 콜라비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고려했던 것은 라인웍스콜라비였다. 두 툴은 모두 한국에서 개발된 것이라 한국 사람들에게 친근한 UI와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라인웍스는 네이버 기반이어서 특히나 익숙했다. 프로젝트 관리 탭은 네이버 카페와, 메일은 네이버 메일과 비슷했다. 모바일 최적화도 잘 되어 있었다. 전반적인 조직 관리를 포함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한 툴인 듯했다. 콜라비는 비교적 개별 프로젝트 관리에 용이했다. 한 페이지 내에서 논의하고 계획을 추가하거나 업무를 할당/요청하고 체크해둘 수 있었다.


하지만 라인웍스는 호환성 면에서 아쉬웠다. 앱 내에서만 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 각자 사용하는 캘린더 앱과의 연동은 불가능했다. 콜라비는 당시 채팅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고, 프로젝트 관리에 특화가 되어있다 보니 팀별 소통이나 전체적인 운영에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3. 단순하지만 강력한 슬랙과 노션

결국 단 하나의 툴만으로 우리의 욕구를 해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기초적인 기능을 갖추면서도 쉽고, 확장성이 있는 두 툴을 고르게 되었다. 하나는 슬랙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션이었다.


우리는 소통과 논의를 위한 툴로 슬랙을 선택했다. 슬랙의 기능은 개별 채널 내에서의 대화와, 구성원 간의 다이렉트 메시지(DM)가 사실상 전부이다. 전체 공지 채널, 팀별 채널, 프로젝트별 채널을 구성하면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 채널 내에서의 대화도 메시지와 각 메시지마다의 스레드(답글) 대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메시지가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일도 줄었다. 연동성 또한 뛰어나서 구글 캘린더나 각종 설문 폼, 그리고 노션과 연동하여 각 서비스를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마침 한글화가 진행된 덕분에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 관리와 일상적인 업무 기획을 위해서는 노션을 선택했다. 노션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노트 앱이지만 문서 작성에서 그 기능이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 정리뿐 아니라 타임라인이나 보드/갤러리 등을 통한 프로젝트 진행 관리도 가능하다. 노션의 최고 장점은 누구나 손쉽게 문서를 예쁘게 작성할 수 있고,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oopy.io와 연동하면 노션 페이지를 깔끔한 홈페이지로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방법으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우리 후보의 정책을 알리는 페이지를 만들어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슬랙의 업무/소통 채널 (좌), 노션으로 만든 신지혜 후보 정책 페이지 (우)


성장에 일조하는 협업 방식이란

한편 새로운 툴과 기능을 무작정 도입한다고 해서 바로 업무 효율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당에는 새로운 툴의 기능을 익히고 활용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고정된 툴과 기능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직무에 따른 차이도 크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팀원과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뿌려야 하는 팀원,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팀원의 입장이 같을 수 없다.


슬랙은 모든 부서가, 노션은 필요한 부서만 사용하기로 합의한 후 온라인사업팀에서는 줌으로 <노션 설명회>를 진행했다. <노션 설명회>에는 대표님을 포함해 노션의 기본 기능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당직자 10여 명이 자율적으로 참여했고, 개별 연습 페이지를 생성해 예제를 풀며 훈련했다. 이후 슬랙을 통해 노션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이 굳어지면서 종이 안건지가 팔랑거리던 회의 풍경은 서서히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전보다 체계적이고, 수평적이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협업한다. 하지만 우리의 유랑기가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기본소득당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고, 툴 자체보다도 부단한 설득과 배움, 토론의 과정이 ‘성장에 일조하는 협업 방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dited by 온라인사업팀 에디터 수프

Image by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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